육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최전방 지피 총기사고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사건은 평소 부대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선임병들로부터 잦은 질책과 욕설을 듣던 김아무개(22) 일병이 범행 이틀 전인 17일 ‘다 죽여 버리겠다’는 앙심을 품고 저지른 계획범행이라고 밝혔다.
박철수 조사단장(육군본부 인사근무처장·준장)은 “김 일병은 동기생 천아무개(22) 일병에게 ‘(소대원들을) 수류탄을 까고(터뜨리고) 총으로 쏴 죽이고 싶다’는 말을 3~5차례 정도 털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소대 전입 당시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는 것이 부소대장(하사)의 증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일병은 범행 전날인 18일에도 선임 신아무개 상병으로부터 두 차례 욕설과 함께 꾸중을 들었다고 육군은 밝혔다. 농구경기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 혼난 뒤, 취사장을 청소하는 선임병의 곁을 그냥 지나쳐 다시 욕설을 들었다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김 일병은 ‘1차로 내무반에 들어가 수류탄을 터뜨리려다 잠든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소총만 들고 와서 화장실로 가서 잠시 고민했다’고 진술했다”며 “화장실에서 범행 결심을 굳히고 소총에 탄창을 결합하고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졌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김 일병은 수류탄을 터뜨리고 난 뒤 취사장에서 만난 조정웅(21) 상병의 다리를 총으로 쐈다가 조 상병이 총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확인사살했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김 일병이 현장검증 할 때 무척 대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설명하는 것도 계획적인 (듯한) 표현을 했기 때문에, 미리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선임병이나 동기를 가리지 않고 ‘다 죽여 버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 내무반에서 소총을 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사고 당일 군 근무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일병이 근무하던 경계초소에서는 교대시간에 다음번 근무자가 초소에 와서 맞교대를 해야 하는데, 원칙을 지키지 않아 김 일병이 ‘다음 근무자를 깨워 오겠다’며 내무반에 돌아가는 빌미를 줬다. 또 김 일병은 상황실로 가서 수류탄과 실탄을 반납해야 내무반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이 수칙도 지켜지지 않아 무장한 상태로 내무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박 단장은 “당시 이 소대에서는 ‘하루 종일 과업이 많아 모두가 피곤하다’는 사병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변칙근무를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문제점을 모두 파악해 근무수칙과 경계초소 근무방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사단 지휘부와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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