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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나친 ‘상명’-부족한 ‘하복’ 충돌

등록 2005-06-20 19:55수정 2005-06-20 19:55



위기의 병영, 군인권 여론조사…억압적 군 문화 실태

최근 군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군 당국은 일부 병영에 존재하던 폭력과 강압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맞지 않으면 언제 맞을지 몰라 잠이 오지 않았다’던 일제 잔재의 군대 문화는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 조직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을까. 그러나 신세대 병사의 평가는 군 당국의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자율성 35.9점-의사소통 41.4점 ‘수준이하’
전역 연차 낮을수록 인권점수 상승 ‘위안’

먼저 군 조직문화에서 예비역들은 상관의 명령 권한은 약간 지나치다고 응답했으면서, 이와 연관되는 하급자의 복종 의사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억압적인 병영문화에 민주적인 리더십이 가미됐는데도 상관의 명령 권한을 기성 세대의 예상과 달리 지나치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 명령권한이 지나치면 강한 리더십에 따라 복종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와야 하지만, 신세대 병사들은 자발적인 복종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는 신세대 병사들의 강한 개성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상관의 명령권한을 수치로 환산하면 59.9점으로 보통을 넘었으며, 하급자의 복종의사는 36.7점에 그쳤다. 이런 수치화는 각 항목에 배점(‘매우 부족’ 0점, ‘부족’ 25점, ‘적정’ 50점, ‘충분’ 75점, ‘매우 충분’100점)을 하여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다. 통제 사회에서 지나친 상관의 명령권한에 비해 병사들의 복종의지가 부족한 현실은 군의 내적 질서가 흔들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병영생활의 통제정도는 56.4점으로 적정수준보다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대일수록 지휘권보다 인권 중요시

같은 방식으로 신세대 장병들이 병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예비역들은 35.9점이라고 답했다. 또 예비역들은 상급자의 간섭과 제제에 대해서도 ‘약하다’에 14.4%, ‘적정하다’에 35.4%, ‘지나치다’에 50%가 응답하면서, 점수로 환산하면 63점으로 지나친 간섭과 제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군 조직문화에서 △구성원 상호간 존중과 배려 40.8점 △상하간 커뮤니케이션 41.4점 등으로 중간 수준 이하다. 개인의 자율성은 ‘꽉’ 막혔고, 상호간 의사소통 구조도 답답하다는 평가인 셈이다.

이번 경기도 연천 전방 총기난사 사건에서 총을 난사한 것으로 알려진 김아무개 일병에 대해서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해당 지휘자인 소대장 부소대장은 김 일병이 “군 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믿고 방치했다. 선임병들은 김 일병의 성격적 고충을 모르고 자신들의 수준에서 김 일병을 대했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김 일병은 다만 자신의 동기생에게 말했으나 동기생 역시 김 일병과 마찬가지로 말단 병사여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군 조직문화에서 상하간에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낮은 점수가 나온 것은 앞으로 군 조직 문화 개선에 남다른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병영 조직문화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군의 변화 의지와 변화의 속도에서는 각각 44.6점, 46.1점 등 보통 이하로 평가됐다.

결국 응답자들은 ‘군 발전을 위해 지휘권(0점)과 인권(100점) 중 어느 쪽에 더 치중해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46.3점이라고 답해 지휘권쪽을 약간 편들었다. 그러나 이는 군의 특성상 지휘권이 강조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인권을 지휘권 못지 않게 강조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최근 전역자일수록 인권쪽을 선택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사장은 “신세대들은 군대내 존중과 배려, 상호간 커뮤니케이션, 인권 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상관의 명령권한과 복종의지가 상호 모순되면서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나 병 인권과 의사소통을 강화하며 지휘권을 새롭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입대시점 돌아가면 면제 택할 것”46%
“군생활 사회생활 도움된다”78.4%

예비역들은 군 경험에 대해 인색한 점수를 매겼다. 이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는 입대 시점으로 돌아가서 입대와 면제 중 어느 것을 택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과반수인 53.8%가 ‘입대를 하겠다’고 한 반면에 46.2%가 ‘면제를 택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군 입대를 앞둔 후배들에게도 42%가 ‘면제받을 수 있다면 가지 마라’고 조언하겠다고 답했다. 군에 다녀온 예비역들의 절반 가까이가 군쪽을 다시 바라보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대 경험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78.4%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자신의 군 생활에 대한 평가에서도 ‘수동적 소극적’보다는 ‘능동적 적극적’으로 치우쳐 평가했다. 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면서 군 경험을 유익하다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이사는 “군대가 사회생활에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지만 도움에 비해 시간이나 들여야할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며 “군대가 의무를 빼면 자발적 입대를 위한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비역들은 군내의 복지시설과 관련해 개인 자유시간의 보장에 대해서는 100점 만점에서 보통 이하인 41.7점을 주었다. 군 생활에서 평일 저녁과 주말에 자유시간이 있지만 제대로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생활 대비 등을 포함하는 자기계발 시간 보장 항목은 불만족(23점)에 가까운 35.6점에 그쳤다. 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일과시간을 지나면서 피곤한데다가 자기계발을 위한 학습에는 저녁 자유시간 2시간 정도로는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책을 읽을 시간과 오락과 놀이시간 보장은 각각 보통 또는 보통에 근접한 50.3점, 45.1점이었으며, 급식은 45점이었다.

복지와 관련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종교활동의 자유로 60.9점이었다. 일요일 오전 훈련소에서도 종교활동이 보장되는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면회 외출 외박 등 휴가는 50.9점으로 ‘그럭저럭’이라는 태도를 보였지만, 내무반 취침시설은 39.7점, 군복 및 의류의 질은 38.3점, 보건 의료서비스는 31.8점으로 낮은 점수였다. 특히 보건 의료서비스 수준이 낮은 점을 미루어 볼 때 아직은 복지시설이 의식주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6.4%는 군 생활중 성적 접촉 행위를 당했으나 이런 행위가 ‘성희롱에 가깝다’(13.8%)기 보다는 ‘장난 차원’(32.2%)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성적 접촉 행위를 당해 본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6.4%가 ‘있었다’고 답했으나 32.2%는 이를 ‘성희롱’ 보다는 ‘장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특별취재반


수도권 21개대학 1∼5년차 예비역 500명에 물어

어떻게 조사했나

<한겨레>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군대 내 인권상황에 대한 경험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서울·경기 지역 21개 주요 대학의 1~5년차 예비역 500명을 대상으로 유의표집 방법으로 실시했다.


특별취재반=김성걸(정치부) 박종찬(온라인뉴스부) 유신재(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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