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2억원을 들여 지은 호화 청사인 경기도 성남시청의 외벽 천장 마감재가 준공 10개월도 안 된 2일 새벽 태풍 ‘곤파스’가 몰고온 강풍에 곳곳이 뜯겨나가 5천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예산 낭비 홍보관 ‘개점 휴업’
태풍에 본청 파손 ‘부실공사’ 논란
태풍에 본청 파손 ‘부실공사’ 논란
‘호화 청사’의 대명사 경기도 성남시 새 청사가 또다시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거액을 들여 청사 안에 설치한 종합홍보관이 ‘개점 휴업’을 반복하다 개관 10개월 만에 뜯겨져 나갈 위기에 놓였다. 또 엄청난 혈세를 쏟아부은 호화 청사마저 3~4시간 남짓한 강풍에 누더기 건물로 변해 ‘부실 청사’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 여론에 뜯겨지는 ‘호화 홍보관’ 성남시는 지난해 11월18일 문을 연 새 청사 2층에 시의 역사, 문화, 생활상을 보여주는 ‘종합홍보관’을 마련했다. 같은 해 12월14일 개방된 이 홍보관은 825㎡의 규모에 대형 빔프로젝터 3개를 갖춘 ‘하늘 극장’ 등 모두 9개 관을 갖췄다. 26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 홍보관은 앞서 호화 청사 비판을 받은 경기도 용인시(419㎡)와, 서울시(420㎡)의 홍보 관련 공간 넓이의 갑절에 이른다. 그러나 이 홍보관은 설계 당시부터 “새 청사 규모만 내세운 ‘억지춘향’식 과시용 시설에 무차별적으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영상’을 강조했다는 홍보관은 크고작은 70여개의 모니터와 평면텔레비전을 설치했는데, 일부가 터치 스크린 방식이라는 점 말고는 별 특징 없이 무미건조하다는 평을 들어 왔다. 이런 탓에 관람객이 하루 평균 40여명에 그치는 등 ‘개점 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시는 이 홍보관을 다른 용도로 쓰기로 하고 최근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 태풍에 날아간 ‘호화 청사’ 2일 오전 4시30분께 성남시청사에 태풍 ‘곤파스’가 몰고온 강풍이 들이닥쳤다. 강풍은 시청 본관과 시의회 건물을 연결하는 필로티(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기둥으로 받쳐 건물을 지상에서 분리시켜 만들어진 공간) 부분을 때렸다. 이 때문에 외벽 천장 마감재인 가로·세로 45㎝의 알루미늄 패널 700㎡가량이 떨어져 날아갔다. 청사 외부 천장 곳곳이 너덜거리고, 한 공무원의 승용차는 날아든 알루미늄 패널이 맞아 유리창이 깨졌다. 성남시는 “준공 10개월도 안 된 현대식 건물의 마감재가 이처럼 쉽게 떨어져 나간 것은 부실 시공”이라며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주민 이홍동(43)씨는 “호화 청사는 부실 시공이 드러나고, 실속 없는 홍보관은 뜯어내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허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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