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수백만원 상당 제공…후원금도 착복”
‘아이를 메이저리그나 프로팀에 보내주겠다…’
‘아이를 메이저리그나 프로팀에 보내주겠다…’
서울의 한 고교 야구부 감독과 담당 부장교사가 학부모들에게서 받은 후원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촌지와 향응, 성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시교육청과 서울 종암경찰서, ㄱ고 학부모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 야구부 감독 ㅈ씨와 체육부장 ㄱ씨는 지난해 11월2일 지방에 사는 한 야구부 학생 학부모 ㄱ씨의 집을 찾아가 100만원짜리 수표를 받고, 식사와 룸살롱 접대 등 모두 4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이들은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뒤 성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올해 1월13일 야구부가 국외 전지훈련을 갈 때도 일부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학부모 ㄱ씨는 “감독과 부장이 ‘아이를 메이저리그나 프로팀에 보내주겠다’고 하는데 아이를 서울에 홀로 올려 보낸 처지에서 어쩔 수 없이 촌지와 향응, 성접대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이들은 야구부 후원금을 착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시교육청 지침을 보면, 체육부 등을 운영하는 학교는 학교발전기금 명의의 통장을 통해 학부모 후원금을 받게 돼 있지만, 이들은 한 학부모 명의의 통장으로 후원금을 받아 이 돈을 불투명하게 썼다는 의혹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학부모 ㅇ씨는 “매달 100만원의 정기 후원금과 30만원의 식대, 그리고 전지훈련과 전국대회 때 특별 후원금으로 각각 250만원과 30만원을 내왔다”며 “회계 집행자료를 보여달라고 하자 ㄱ부장이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학부모들은 지난달 중순께 ㅈ감독과 ㄱ부장을 횡령 혐의로 종암서에 고발했다. 종암서 관계자는 “현재 고발인과 피고발인의 1차 진술을 받았고, 후원금 관련 계좌를 압수수색해 분석중”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ㅈ감독과 ㄱ부장, ㄱ고교가 학교발전기금 회계 처리 등에서 시교육청 지침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추가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또 촌지와 향응, 성접대 등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지침 위반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며 “하지만 이들이 향응과 성접대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더 캐고 있다”고 말했다.
ㅈ감독과 ㄱ부장은 최근 감독과 부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혐의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ㄱ부장은 “촌지를 받은 적이 없고, 만약 (ㅈ감독이) 받았더라도 전부 학생들을 위해 썼을 것”이라며 “학부모가 불러 술을 마시러 간 적은 있지만, 성접대는 절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해명을 듣기 위해 ㅈ감독에게도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재훈 황춘화 기자 nang@hani.co.kr
이재훈 황춘화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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