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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작은 후원이 되살린 노숙인들의 ‘큰 꿈’

등록 2010-09-05 19:28

노숙인들로 구성된 ‘빅이슈코리아 축구팀’이 지난 7월21일 서울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에서 디자인 회사 ‘얼스’의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한 뒤 단체 사진을 찍었다. 노숙인들의 얼굴에 땀방울과 미소가 가득하다.  재능기부자 홍진훤씨 제공
노숙인들로 구성된 ‘빅이슈코리아 축구팀’이 지난 7월21일 서울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에서 디자인 회사 ‘얼스’의 축구팀과 친선경기를 한 뒤 단체 사진을 찍었다. 노숙인들의 얼굴에 땀방울과 미소가 가득하다. 재능기부자 홍진훤씨 제공
‘홈리스 월드컵’ 첫 출전
비행기값 없어 전전긍긍
누리꾼 2천만원 모금 덕
선수 7명, 15일 브라질로
전세계 노숙인들이 참가하는 국제축구대회인 ‘홈리스 월드컵’에 초청된 국내 노숙인 축구단이 누리꾼들의 ‘십시일반’에 힘입어 오는 15일 출국할 수 있게 됐다. 대회 초청을 받고도 비행기표를 마련할 돈이 없어 참가가 어려운 상황((<한겨레> 7월12일치 10면)에 몰렸지만,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사연을 전해들은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후원 덕분에 ‘꿈은 이루어 졌다.’

국내 유일의 노숙인 축구단인 ‘빅이슈코리아 축구단’ 소속 선수 7명은 15일 대회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출발한다. 이들은 16일(현지시각)부터 열흘 동안 64개국에서 출전한 노숙자 축구단과 함께 미니 축구인 ‘풋살’로 승부를 겨루게 된다. 한국팀의 첫 출전이다.

이들이 출국하게 되기까지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지난 7월 한국팀을 공식 초청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노숙인 자활 잡지 <빅이슈>가 한국에서도 창간되면서, 잡지의 판매원으로 일하는 노숙인들을 초청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팀은 확답을 할 수 없었다.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기업들을 찾아 후원을 호소했지만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심샛별 빅이슈코리아 문화사업국장은 “수많은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에게 부탁했지만 노숙자를 지원하는 일이 기업 이미지에 미칠 영향이 정확하지 않다며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출전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심 국장은 지난 8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또 하나의 맨발의 꿈, 홈리스 월드컵에 함께 가요’라는 제목의 모금 청원 글이었다. 그는 ‘이미 참가 신청 마감 시한을 넘겼지만, 조직위원회는 특별히 우리 팀에게만 마감 시한을 연장해줬기에 마지막 희망, 아고라에서 외친다’고 적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아고라에서만 514명이 100만원 가까운 돈을 모금했고, 기부포털 네이버 해피빈 콩으로도 100만원이 모였다. 무엇보다 “인터넷에서 글을 봤다”며 사무실로 직접 전달된 누리꾼들의 후원금이 2천만원에 달했다. 덕분에 한국팀은 가까스로 항공요금을 결재할 수 있었다.

브라질행 티켓을 손에 쥔 7명의 선수들은 요즘 영등포공원 풋살경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홀로 자신을 키우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거리를 떠돌았던 우희진(26)씨가 막내이고, 1997년 외환위기 때 실직을 하고 노숙인이 된 김영철(54)씨가 맏형이다. 이들은 떠나기 전 <빅이슈코리아> 9월호를 팔아야 해 마음이 바쁘다. 3000원짜리 한 권을 팔면 판매자에게 1600원이 남는다. 지난 8월호를 팔아서 이들은 각자 8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9월호는 3일 만에 3500권이나 팔았다.

홈리스 월드컵은 예선전 순위에 따라 6개 그룹으로 나눈 뒤 모두 6개의 트로피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기 중에는 가능한 모든 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선수 교체를 자주 한다. ‘기회를 주는 것’이 대회가 지향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한국팀의 선수들은 기회를 준 누리꾼들을 위해 <빅이슈코리아> 홈페이지에 경기 소식을 꾸준히 올릴 예정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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