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간 직접 겪은 교권 침해 횟수
‘추락한 교권’ 문제는 사학법
교장은 설립자·부인은 이사장·딸은 교감
이사회 쥐락펴락…징계요구 수용 미지수
교육청 “이사회가 거부하면 제재수단 없어”
교장은 설립자·부인은 이사장·딸은 교감
이사회 쥐락펴락…징계요구 수용 미지수
교육청 “이사회가 거부하면 제재수단 없어”
사립고교 교장이 교사들을 무더기로 체벌한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은 9일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사립학교 재단에 교장의 중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일부 사학이 가족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엄중히 문책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기도교육청 쪽도 “사학 법인에 해당 교장의 중징계를 요청해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현행법으로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 ‘족벌체제…입 뻥끗도 어려워’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장 등 사립학교 비리 교직원에 대한 징계권은 해당 법인 이사회가 쥐고 있다. 시·도교육청은 법인 임원과 교장의 승인권을 갖되 회계부정 같은 중대한 비리가 발생한 때만 법인 쪽에 관련자 ‘해임’까지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최종 결정권은 이사회가 갖고 있다.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학 법인 앞에 법도 무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교사 체벌 파문’을 일으킨 경기지역 사립고 김아무개(81) 교장은 이 학교의 설립자인 동시에 재단 이사다. 더구나 김 교장의 부인이 재단 이사장이다. 김 교장의 딸은 지난달 1일 이 학교 교감으로 승진했다. 전형적인 ‘족벌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립학교 교장의 임기는 2006년 7월 사립학교법 개정 이전까지는 사립학교 정관에 임의로 정할 수 있었다. 김 교장이 무려 41년 동안 교장으로 장기 재직할 수 있었던 근거다. 재단 쪽이 채용·해고의 전권을 쥐고 있기에, 교사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이를 쉬쉬하며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영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평택·안성 사립지회장은 “입 한 번 뻥긋 잘못하면 신분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 사립학교에서 누구도 학교 주인의 잘못을 쉽게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갈 곳 없는 교사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내 체벌 금지 등을 뼈대로 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교권 헌장’을 마련해 올해 초 공포했다. 교육활동과 관련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닌 교사의 권리와 교권 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행정 당국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육현장, 그것도 족벌사학에서는 교권 헌장도 ‘휴짓조각’에 불과했다. 박성훈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학생한테 얻어맞고, 학부모들한테 끌려나가고, 이제는 교장에게까지 체벌을 당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더는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배재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3월 경기지역 교사 976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최근 3년 동안 한 번이라도 교권 침해를 겪었다고 답한 교사는 무려 65%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40%가 교권 침해 수준이 심각하다고 볼 만큼 심각한 교권 침해 위협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학교 교실에서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이뤄진 체벌 사건은 교사들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비통함을 넘어 자괴감을 줬다”며 “관련자를 처벌하고 사립학교 등 모든 학교에서 민주적 운영 규칙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