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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명물 굴절버스 ‘골칫덩이’ 전락 위기

등록 2005-06-21 11:20

서울시가 대중교통체제를 개편하면서 지난해 9월 도입한 굴절버스가 고장나면 부품을 제대로 구할 수 없고 냉ㆍ난방에도 문제를 노출하는 등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길이가 일반버스의 2배에 가까워 운행 중 고장나면 일반버스보다 더 심한정체를 일으킬 뿐 아니라 냉ㆍ난방 장치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아 한여름에 `찜통버스'가 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굴절버스 수입판매사인 LG상사는 운행한 지 열달도 채 안된 상태에서이런 문제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대책회의를 여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아직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장나면 `속수무책' `도로마비' = 지난 17일 오후 4시25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2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470번 굴절버스가 고장으로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퇴근시간에 버스가 도로 중앙선에 걸쳐 `ㄴ'자 모양으로 멈춰서자 종로일대는 오후 7시30분께까지 무려 3시간동안 심한 정체를 빚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은 "고장 직후 신고를 받고 버스회사 정비사가 왔지만수입차라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며 "버스 수입회사 정비사들이 와서야 간신히 고장원인을 밝혀내 버스운행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굴절버스의 고장원인은 어이없게도 단순한 배터리 방전으로 밝혀졌다.

굴절버스는 배터리에 남은 전력량이 부족해지면 바퀴가 자동적으로 멈추는 시스템인데 그동안 일반버스만 수리해온 버스회사 정비사들이 이 점을 몰라 3시간동안종로 일대 교통이 마비된 것이다.

이처럼 굴절버스가 고장이라도 나면 정비인력도 없고 버스에 대한 지식도 부족해 `속수무책'이라는 게 굴절버스 운행 회사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17일 종로에서 고장난 버스를 운행한 다모아자동차㈜ 관계자는 "원인을 알 수없는 오작동이 빈발한다"며 "작년 12월에도 갑자기 도로에서 차가 멈춰섰는데 그 때가 밤 11시 넘은 시간이었기에 망정이지 러시아워였으면 큰 소동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장이 나면 부품을 제때 확보할 수 없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힌다.

다모아자동차 굴절버스 1대는 올해 4월말 엔진고장이 났지만 필요한 부품 수입이 늦어져 두달 가까이 운행을 멈추고 차고에 박혀 있다.

다른 버스 운행 업체인 메트로버스㈜ 관계자는 "굴절버스가 도입될 당시 차량만들어오고 부품은 같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항공기로 2∼3일이면 충분할 부품 수입에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기후와 무관한 냉ㆍ난방 = 우리나라 기후에 맞지 않는 외제차라는 점도 문제다.

메트로버스 관계자는 "얼마 전 온도계를 달아 버스 내부 온도를 쟀는데 냉방을해도 바깥 기온과 별 차이가 없었다"며 "손님들이 여름에는 덥다고, 겨울에는 춥다고 불평해 운전사들도 회사에 짜증을 낸다"고 밝혔다.

다모아자동차 관계자는 "굴절버스엔 일반버스 3분의 1 용량의 발전기 두 대가장착돼 에어컨이 가동되는데 냉ㆍ난방 설비가 여름과 겨울 기온차가 분명한 우리나라 기후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굴절버스 운행회사인 한국BRT 측은 "굴절버스는 제조 당시 차에 입력된 온도에따라 냉ㆍ난방이 작동되는 자동제어 시스템으로 사람이 임의로 에어컨을 끄는 장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버스내 온도가 섭씨 20∼26도로 자동 유지되도록 하는 시스템이어서 20도 아래로 떨어지거나 26도 위로 올라가면 냉ㆍ난방이 자동가동돼 손으로 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승객들이 불평을 해도 운전사 마음대로 조정을 하지 못한다는 것. 게다가 남산1호터널처럼 경사가 심한 도로를 올라갈 때는 차체가 커 에어컨을끄고 동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수동으로 냉ㆍ난방을 조정하지 못하다 보니 버스가 멈추지 않도록 시속 15~20㎞의 `거북이'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국BRT와 메트로버스는 서울시에 굴절버스의 냉ㆍ난방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공문을 보내 놓았다.

서울시ㆍ수입사 모두 고민 = 서울시 대중교통과는 20일 오후 LG상사와 17일종로에서 발생한 굴절버스 고장사고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굴절버스 운행에 `응급처치'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으나 대책은 설명하지 못한 채 "정비교육을 강화하는 등 사고재발 방지를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버스회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냉방이 제대로 안돼 `찜통버스'가 될 것이라며 승객들이 굴절버스를 외면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이베코(IVECO)사가 제작한 굴절버스는 버스차체 2대가 굴절마디로 이어져 한 대당 140명이 탈 수 있으며 국내에 현재 20대가 운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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