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 가을 장터…어머니 주름살에 웃음 익었네
한가위 앞둔 정선 5일장의 하루
한가위를 앞두고 강원도 정선 오일장에 나가 공들여 키운 채소를 팔고 돌아오는 할머니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사진<2776>) 변옥수(82·왼쪽부터) 할머니와 장동녀(63) 할머니는 정선읍 덕성리 한동네에 산다. 이들은 지난 12일 추석 명절 쇨 준비를 하느라 밭에서 키운 감자, 옥수수, 고추, 호박 등을 머리에 이고, 또 손수레에 싣고 오일장이 서는 읍내로 나갔다. 온종일 장터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을 파는 것이 힘이 들기도 하지만, 차례상에 올릴 고기와 조기 등을 살 생각에 노점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반갑기만 하다. 물건을 다 팔아 가벼워진 짐을 지고 버스를 내려 마을 들머리로 들어서자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이 이들을 반긴다. 변옥수 할머니는 아들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집안이 어렵다. 또 올해는 태풍과 폭우로 강원도 지역 농작물에 피해가 많아 가슴을 졸이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또 옥수수를 다듬는 등 다음 장에 나갈 준비를 한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올 손주들에게 과자 한봉지라도 더 준비하고픈 생각에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정선/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변옥수 할머니가 정선 5일장에서 손수 키운 무, 옥수수, 고추, 오이 등을 펼쳐놓고 팔고 있다.
북한산 송이버섯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이 물건 위에 올려놓은 ‘통일되면 국산, 지금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산’이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변 할머니가 장터에 나온 이웃 아낙들과 함께 손님이 뜸한 틈을 타 반주를 곁들인 새참을 들고 있다.
집에 돌아온 변 할머니가 다음 장에 내갈 옥수수를 다듬고 있다.
정선/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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