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CB 소송때 받은 2천여억 반환뒤 고발당해
검찰, 이면 약정서 있었다는 주장 수용 불기소
“소송결과와 상관없이 지급” 이 회장 약속 어겨
검찰, 이면 약정서 있었다는 주장 수용 불기소
“소송결과와 상관없이 지급” 이 회장 약속 어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심 판결을 닷새 앞둔 2008년 7월11일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양형 참고자료’를 냈다.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자녀들에게 헐값으로 넘겨 생긴 회사의 손실 2509억원(삼성에스디에스 1539억원, 삼성에버랜드 970억원)을 두 회사에 지급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두 회사 사장과 공동 작성한 ‘지급확인서’에서는 “오랫동안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중략) 회사의 손실 여부를 떠나 공소장에 피해액으로 되어 있는 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에스디에스와 삼성에버랜드는 이 회장이 건넸다는 2509억원을 1년 넘게 영업외수익이나 특별이익으로 회계처리하지 않았다. 삼성 쪽은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구체적인 손실액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 등에선 분식회계가 아닌지 의심을 하거나 재판부에 회사의 손해가 모두 회복된 것처럼 속여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허위 변제’ 의혹까지 내놓았다.
유무죄가 엇갈리는 우여곡절 끝에 삼성에버랜드 사건은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유죄가 인정된 삼성에스디에스 건도 회사의 손실액은 227억원으로 줄었다. 이처럼 판결이 확정되자 이 회장은 2509억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금액을 제외한 2281억여원을 이들 회사에서 돌려받았다. 이에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는 지난 4월 ‘이 회장이 (애초에) 건넨 돈을 수익으로 회계처리하지 않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삼성에스디에스와 삼성에버랜드의 전·현직 대표이사 박노빈·최주현·김인씨를 배임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이 사건을 최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삼성 쪽은 검찰 수사에서 이 회장과 두 회사 사이에 ‘재판 결과에 따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별도 약정서가 있었고, 이에 따라 돈이 정상적인 절차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손실 여부를 떠나 공소장에 나와 있는 피해액을 지급한다”는 지급확인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 이 회장이 건넨 돈을 확정적인 수입으로 보기 어렵다며 분식회계 혐의도 함께 무혐의 처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유서를 받는 대로 이 회장과 삼성에 법적 책임을 물을 추가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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