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석유공사 승소 판결 확정
공기업 경영진이 이사회가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하다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그 피해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한국석유공사가 전 사장인 나아무개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공사쪽이 승소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주출자 방식의 사업계획안이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보류됐다면, 같은 내용을 전환사채 인수 형식으로 하더라도 이사회에 상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나씨 등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다른 회사와 기본합의를 체결해 이사의 직무상 충실 의무를 소홀히 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나씨 등의 행위를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고, 나씨 등의 책임을 감경해 주지 않은 것을 형평의 원칙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나씨와 당시 부사장 이아무개씨는 석유공사가 민간회사와 함께 석유전자상거래 전담회사에 출자해 주주로 참여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안을 이사회에 상정했다가 보류되자 이사회의 결의 없이 이 회사와 기본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나씨 등이 해임된 뒤 신임 경영진은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며 이 합의 체결을 거절하고 5억5천여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줬다. 석유공사는 이어 나씨 등을 상대로 위약금 만큼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애초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했지만, 2심은 “나 전 사장 등이 체결한 합의는 실질적으로 다른 기업에 대한 출자와 동일한 것”이라며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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