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일씨의 피살 1주기를 하루 앞둔 21일 아버지 종규(70)씨와 어머니 신영자(60)씨가 아들 사진 아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떠들석 대책 목소리 잠잠…부모 마르지 않는 눈물…점점 안정찾고 신앙생활
“아들 목숨을 대가로 큰 돈을 챙겼다는 헛소문 따위에 더는 마음을 상하지 않을 만큼 이제는 우리도 안정을 되찾았어요. 하지만 아직도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 김선일(당시 33살)씨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살해된 지 22일로 1년이 된다. 김씨의 아버지 종규(70·부산 범일동)씨는 21일 환하게 웃고 있는 아들의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김씨가 숨졌을 당시 온나라가 울분과 비통에 젖고 정부와 정치권은 재외국민 보호 방안 등 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해가 다 가도록 실제로 이뤄진 것은 별로 없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에서 각각 발의한 3개 재외국민보호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재외국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법안의 이름과 적용 범위 등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 유족들에 대한 배상 문제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유족을 대신해 국가를 상대로 17억54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은경 변호사는 21일 “최근에야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1심 재판 기록에 대한 분석을 끝냈다”며 “현재는 감사원과 국회 청문회 등의 자료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하는 단계로, 아직 재판 기일도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라크에서 근무했던 가나무역의 김천호(43) 사장은 4월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 유족들은 22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반송성서침례교회에서 가족 중심의 조촐한 1주기 추모예배를 연다. 김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신앙생활을 시작한 교회이다. 현재는 아들의 뜻을 이어 김씨 부모가 다니고 있다. 부산/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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