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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산 부전시장통 거대 예술관 변신 한번 보고 가이소!

등록 2010-09-23 23:11

부산 부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연. 상인들의 얼굴을 희화화한 얼굴과 재밌는 글들이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부전시장 천장에 매달린 연. 상인들의 얼굴을 희화화한 얼굴과 재밌는 글들이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재래시장 살리고 창작활동 지원
‘문전성시 프로젝트’ 비엔날레
11월20일까지 흥겨운 손님맞이
추석 대목을 앞둔 지난 16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들머리에 들어서니 빨간색의 네모난 상자가 눈길을 붙잡았다. 공중전화 부스인가 했더니, 디제이(디스크자키)가 신청곡을 틀어주는 상자였다. 토요일마다 부전시장 상인회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구수한 사투리로 방송을 하는 곳이다.

“어서 오이소, 한번 보고 가이소.” 부전시장 안 모습은 대목을 앞둔 여느 재래시장처럼 떠들썩했다. 상인들은 손님들과 가격을 놓고 흥정을 벌였다.

그런데 시장 안 아케이드 천장과 점포 간판 등이, 시장이 거대한 미술전시관인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여기저기에 대형 그림과 설치예술 작품들이 내걸려 있었다. ‘재래시장’과 ‘전시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낱말이 부전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손님을 맞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의 이름은 ‘부전시장 시장통 비엔날레’다. 지난 11일부터 11월20일까지 70일 남짓 열린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 밀려나 설 자리를 잃은 재래시장을 되살리고 신인 미술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려는 뜻에서 기획한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하나다. 앞으로도 2년마다 열린다.

이번 전시작품 아이디어는 공모를 거쳐 선발한 부산지역 화가 지망생 등 예술인 40여명이 두 달 동안 시장을 돌아다니고 합숙하며 토론을 거듭해 짜낸 것이다. 대형 연의 가운데에 상인들의 얼굴을 희화화한 초상화를 그려 넣고 꼬리 부위엔 익살스런 글을 적어 공중에 매달았다. 낡고 딱딱한 간판 이름 대신에 ‘깨돌이’, ‘이쁜 아줌마’ 같은 어릴 적 별명이나 상인의 특징을 나타내는 표현을 적은 산뜻한 간판도 달았다. 상인 김진영(45)씨는 “시장 안이 어둡고 칙칙했는데 비엔날레가 시작되면서 훨씬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색적인 행사와 볼거리도 풍성하다. 시장 들머리에서는 토요일마다 오후 2시~밤 9시30분 즉석 야시장이 열린다. 무명의 초대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사이 즉석 판매가 이뤄진다. 야시장 옆에서는 상인회에서 풀빵을 판다. 금요일엔 초청인사와 함께 술과 안주를 공짜로 먹으며 취중 토크를 할 수 있는 ‘예술포차’가 운영된다. 금·토요일에는 인삼시장 2층 다방에서 술이나 차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하거나 주방장과 마담으로 변신한 지역 예술인들과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흥이 솟으면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이동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 부전시장 200여명의 점포 상인 가운데 170여명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다음달 중순에는 수산시장 쪽 계단이 산뜻하게 단장된다. 부전시장 시장통 비엔날레 배인석(43) 감독은 “도심이나 대형 공연장에서 장기간 열리는 비엔날레를 재래시장에 열어서 재래시장도 살리고 지역문화도 활성화하려는 우리의 작은 실험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윤엽 부전시장 상인회장은 “독특하고 참신한 비엔날레가 열려 볼거리가 있는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손님들 반응이 좋고 시장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는 것 같다”며 반겼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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