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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소통의 창 닫힌’ 군복입은 네티즌

등록 2005-06-21 18:58수정 2005-06-21 18:58



[신세대병사 구세대병영]
1. 내무반의 ‘시한폭탄’ 문제 병사
2. 외출하면 피시방으로 직행
3. 병사인가 ‘사병’인가
4. 전문가 진단

“우리 ‘군화’(군대간 남자 친구)가 엊그제 휴가 나왔어요. 휴가 나오기 전에는 ‘소풍 가자’ ‘사진 찍으러 가자’며 계획은 거창했죠. 그런데 정작 나와선 피시방에서 친구들하고 게임하느라 하루 종일 연락도 없습니다!”(네이버 고무신카페 회원 ‘푸름’)


미니홈피 등 부대밖 궁금…“이메일 허용땐 적응도움”

요즘 휴가 나온 병사들의 달라진 풍속도다. 예전 같으면 호프집 등 술집으로 달려가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군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요즘 병사들은 곧장 피시방이나 컴퓨터 앞으로 달려간다.

지난 5월 전역한 조재훈(22)씨는 “사회에 있는 친구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흘러간 유행쯤으로 여긴다지만, 우리 소대원 대부분은 미니홈피를 할 정도로 군대에서는 여전히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바깥 소식을 알고 싶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필사적으로 미니홈피에 매달린다”며 “외출 외박이나 휴가 나와서 곧장 피시방으로 가는 것은 게임뿐 아니라 미니홈피가 궁금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양주군 국군 양주병원 인근에서 컴퓨터 게임방을 운영하는 원유덕(42)씨는 “군인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이 곳에 게임방을 차리면 잘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체육행사가 있는 수요일을 빼고 매일 3~4명씩 찾아 오며, 많으면 10~15명도 넘는다”고 ‘성업 중’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원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잠시 외출을 나온 병사들이 1~2시간 동안 인터넷 메신저로 채팅을 하거나 미니홈피나 카페에서 사진을 보다가 돌아간다”며 “어느 날 갑자기 손님이 끊기면 ‘얘들이 훈련 나갔구나!’ 생각하면 거의 맞다”고 말했다.

신세대에게 인터넷메신저, 미니홈피, 게임 등 디지털 문화는 이제 생활이다. 인터넷은 이들이 세상과 접속하는 창이고, 친구·가족들과 대화하는 수단이다. 심리학자들은 요즘 세대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현실세계의 자신과는 조금씩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거나 자신과 같은 취향을 가진 정서적 지지자를 찾는 일도 온라인에서 벌어진다. 심리학자들은 이처럼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개인들의 정체성도 분명한 하나의 실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세대 병사들이 휴가 등 ‘금쪽 같은’ 시간에 피시방에 달려가는 것도 부대 안에서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 그만큼 목말라 있었다는 얘기다.

김은정 아주대 교수(심리학)는 “최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터넷 중독증이 있는 청소년이 10%, 중독 경향성이 있는 청소년이 3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은 현실세계에 대처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용원 성균관대 교수(심리학과)도 “옛 세대는 기껏해야 하루에 친구와 전화 몇 통 하는 정도였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의사 소통하는 데 쓴다”며 “이런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인터넷, 휴대전화와 완전히 차단된다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은 이런 신세대의 정보화 욕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피시방은 대대급까지 설치돼 있으나, 다수의 사병들이 있는 중대급에는 이제 보급 단계다. 대대급 이상의 피시방에 설치된 컴퓨터도 대부분 구형이어서 ‘리니지’ 등 최근 게임은 할 수도 없다. 더욱이 군 컴퓨터는 인터넷 검색은 가능하지만 전자우편을 보낼 수 없다. 군 정보가 누출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결국 젊은 세대들은 입대하면서 전혀 이질적인 정보 환경과 마주쳐야 하는 문화적 충격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군은 지난해 장병들의 자기 계발과 여가시간 활용을 위해 2006년까지 전군 중대 6842곳에 피시방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난 11월 군 내부 검토를 거친 끝에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김아무개 일병도 다른 신세대와 마찬가지로 컴퓨터와 게임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도 연천의 비무장지대 경계초소(GP)에는 피시방이 없었다. 아주대 김 교수는 “신세대들은 갈등이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인터넷을 통해 풀어낸다”며 “군대에서 이것이 완전히 차단된다면 충동적 행동으로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역한 지 7개월 된 박만규(28)씨는 “자유시간에 아령을 하거나 텔레비전 시청을 빼고는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다”며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고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군대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병사들의 문화적 욕구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군대는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병사들이 가족 친구와 전자우편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사회와 단절돼 있다는 소외감을 줄이고 가족들의 격려 속에 군 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병사들의 신문고 ‘인터넷’

지휘관 면담·소원수리 유명무실
최전방 철책 절단·인분사건 등
묻히기 쉬운 부대사연 세상 밖으로

“저는 육군 ○○○부대에 근무하는 ‘관심 사병’입니다. 밤에 보초를 서다가 병장에게 탈영 및 자살을 권유받았습니다. ‘너 같은 놈이 무슨 군 생활이냐’고 갈구었습니다. (중략) 너무도 무섭고 두려워서 부대 복귀하는 것이 떨립니다.”(국방부 홈페이지 열린게시판 아이디 ‘이기자’)

병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신문고로 인터넷이 떠오르고 있다.

군대 안 구타 가혹행위는 쉽게 알려지지 않고 은폐되기 쉽상이다. 외부인에게는 물론 부대 안에 있는 지휘관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고 묻혀버리기 쉽다. 하소연할 곳 없는 피해자들만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기 일쑤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예비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60% 이상이 군 생활중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으나 이 가운데 73%는 ‘못 본척하거나 참았다’고 응답했다.

군은 불합리한 병영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상급 부대, 기무사, 헌병대 등의 소원수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군이 실시하는 지휘관 면담과 소원수리는 유명무실하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전역병들이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을 때 지휘관 보고는 3.6%, 소원수리 작성은 1.6%에 그쳤다.

이처럼 군 부대 안 신문고 제도가 꽉 막혀 있는 가운데 인터넷이 억울한 병사들의 하소연장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발생한 ‘인분사건’도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묻혀졌을지도 모른다. 육군 훈련병 200여명에게 손가락으로 인분을 찍어 입에 넣도록 강요한 인분사건은 훈련병의 인터넷 게재 요청을 받은 가족 친구들이 청와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사실을 제보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내막이 드러났다.

또, 지난해 10월 철원지역 최전방 3중 철책 절단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도 해당지역 사병의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전방지역에 무슨 일이 났느냐”고 국방부 홈페이지 열린 게시판에 글을 띄우면서다.

<한겨레> 등 언론사의 게시판, 포털사이트의 군 관련 카페는 물론 병사들의 미니홈피 등 인터넷 세상에는 확인되지는 않지만 군 관련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군 당국이 지난해 중대 단위까지 피시방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중단한 것도 기밀유출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인터넷 소원수리에 따른 지휘부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다. 특별취재반


자유시간의 자유를 달라

하루 고작 두시간…집단수용 개인생활 포기
TV·잡지·오락 소일…자기계발 엄두 못내

이번 최전방 경계초소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 10명 모두는 학업을 중단하고 입대했다. 이들에게 군 생활은 인생의 거쳐가는 단계일 뿐 직업군인처럼 삶의 목표는 아니었다.

전방 사단에서 힘든 군 생활을 보냈다는 이아무개(25)씨는 “고참이 되면 내무반에서 저녁 자유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할 수 있다지만 근무 피로 등으로 현실적으론 어렵다”며 “군 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에 나갈 생각을 하면 갑갑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2년 병사들에게 하루 가운데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얼마인지 물은 결과, ‘3시간 이상 11%’ ‘2~3시간’ 26%, ‘1~2시간’ 41% ‘1시간 미만’ 18%, ‘전혀 없었다’ 5%로 나타났다. 기껏해야 하루 2시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 때문에 병사들은 자유시간을 마음 편하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잡지·오락·텔레비전 시청으로 보낼 뿐 사회에 복귀해 부딪쳐야 할 전공분야 공부는 어림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은 병사들은 어학공부에 매달려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운좋게 근무여건이 좋은 부대를 만난 병사들은 자격증을 여러 개씩 따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아직은 일부다.

더구나 이번 전방초소처럼 26명이 한 방에서 잠을 잔다면, 개인생활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군 내무반은 1개 소대(40명) 또는 2개 분대(20명) 단위의 ‘수용’ 시설이어서 병사들은 구조적으로 개인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신세대 병사들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이며, 강제적으로 적응해야만 하는 어려운 환경이다. 단조롭고 획일적인 업무, 사회와 격리된 고립감, 산악·해안 등 거친 환경, 다양한 계층과 성격의 병사 혼재, 자존심이 강하고 예민한 청년기 등이 버무려지면서 ‘툭’하면 터질 가능성이 내재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여론조사에서도 병사들은 ‘입대후 군 생활에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많이 있었다’ 15%, ‘있었다’ 55% 등 회의적 대답이 70%에 이르렀다. ‘없었다’와 ‘전혀 없었다’는 각각 8%와 2%에 불과했다. 그 이유로는 ‘군 생활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서’가 절반을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군 조직의 폐쇄성과 통제 때문’(30%), ‘동료 상급자들과의 불편한 인간관계’(9%), ‘구타 및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요소 때문’(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겨레>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 플러스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대한 지 1~5년이 지난 예비역들은 군 복지 만족도에 대해 개인 자유시간 보장 41.7점, 자기계발 시간 보장 35.6점, 책·신문 등을 읽을 자유 50.3점, 오락과 놀이시간의 보장 45.1점, 군복 및 의류의 질 38.3점 등 매우 낮은 평점을 주었다. 한 예비역은 “교도소에서는 신문을 마음편히 읽을 수 있는데 군에서는 소대장이 보는 신문을 어깨너머로 훔쳐봐야만 한다”며 “자기 인생을 희생하며 국가에 봉사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대하는 군 간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 2003년부터 오는 2015년까지 대대적인 내무반 개선작업에 나섰다. 개인당 0.7평에 불과한 침상형을 침대형으로 바꿔 개인당 1.5평~2.0평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침대형으로 바뀌더라도 7명 정도가 한 방에서 거주해 여전히 개인공간 확보라는 숙제는 남는다. 모든 부대를 바꾸기 위해 10조706억원을 쏟아붓는 데 대해선 예산의 효용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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