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배자에 ‘현직경찰 운전면허증’위조해줘 구속영장
1500만원 받고 비리 저질러…본인 혐의 부인
‘첫 여성경무관’제주경찰청장 9년전 만남 주선
군 장성급들이 연루된 비리들을 파헤쳐 ‘장군 잡는 여경’으로 불렸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강순덕(38) 경위가 수배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이 수배자를 강 경위에게 소개했던 김인옥 제주경찰청장(경무관)을 직위해제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수배 중이던 건설업자 김아무개(52)씨한테서 돈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준 혐의(뇌물수수 및 공문서 위조)로 강 경위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 경위는 2001년 5월께 서울 서교동 한 커피숍에서 “수배 상태인데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김씨의 부탁과 함께 100만원권 수표로 1500만원을 받고 면허증을 만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강 경위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보강수사를 지시하고, 공문서 위조죄만 적용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경위는 당시 서울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경찰 간부인 김아무개 경감(현 서울 ㄴ경찰서)의 인적사항에 김씨의 사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위조 면허증을 발급받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 경위가 김씨에게 먼저 돈을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강 경위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이 면허증을 이용해 도피생활을 하다 15일 강도·강간 및 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김씨가 현직 경찰 이름으로 된 휴대전화와 위조 면허증을 사용한 점을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는 위조 면허증으로 경찰의 검문검색을 한 차례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위조 면허증을 발급받은 뒤로 7차례에 걸쳐 7억2400여만원의 사기를 저질렀다. 강 경위는 98년에도 서울 도봉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김 경감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김씨에게 면허증을 발급해 줬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경감은 경찰에서 “당시 강 경위에게 내 운전면허 재발급을 부탁했을 뿐 위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다 “부탁한 적도 없다”며 말을 바꿨다. 경찰은 김 경감도 면허증 위조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강 경위는 경찰청에 근무하던 96년 5월께 상급자였던 김인옥 현 제주경찰청장의 소개로 수배자였던 김씨를 만난 것으로 경찰 감찰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21일 “김 청장이 경찰청 소년계장이던 96년 5월께 김씨의 수배사실을 알면서도 서울 한남동 한 음식점에서 김씨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 강 경위를 데려가 김씨에게 소개해줬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사업 실패로 고소·고발 등을 당하며 수배 상태에 있었다. 이에 앞서 김 청장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씨가 사업 실패로 인한 고소·고발로 전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수배 상태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87~88년께 김씨가 소년·소녀 가장을 돕고 싶다고 해 알게 됐다”며 “그 뒤 연락이 끊겼다가 96년에 김씨를 만나 강 경위와 인사를 시켰을 뿐 나중에 이들이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 면허증 발급에는 관여하지도, 아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경찰에서 “89년부터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일을 하며 김 청장을 알게 돼 이들을 돕는 성금으로 3년 동안 매월 500만원씩 은행계좌로 입금했다”고 진술한 데 대해, 김 청장은 “돈은 전액 소년계 계좌로 들어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매달 5만원씩 지원됐고, 개인적으로 쓴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는 ‘그런 계좌는 없었다’고 밝혔다”며 “수배자란 사실을 알고도 강 경위에게 소개해준 것도 부적절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청장과 김씨의 소년·소녀가장 돕기는 91년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김 청장과 강 경위는 여성 경찰을 대표하는 ‘스타 여경’으로 주목받아 왔다. 김 청장은 지난해 1월 첫 여성 경무관이 되면서 관심을 모았으며, 올 1월에는 60년 경찰 역사상 첫 여성 지방경찰청장에 임명됐다. 또 강 경위는 2003년 인천국제공항의 군 발주공사 관련 첩보를 입수해 전·현직 군 장성과 장교 6명의 수뢰 사실을, 지난해 11월에는 현역 장성이 연루된 의병전역 비리를 밝혀냈다. 그러나 2003년 말 노무현 대통령 사생활에 대해 언급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게재돼 좌천당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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