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경찰서 치안센터앞서
동생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40대 남자가 경찰 치안센터에 찾아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일 저녁 8시15분께 부산 강서경찰서 대저지구대 임시치안센터에 김아무개(46)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맥주병을 들고 찾아와 “무죄로 석방됐는데도 사람들이 나를 보고 동생 가족들을 죽였다고 욕을 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내가 오늘 죽으려고 농약을 가져왔다”며 맥주병을 흔들어 보이다, 치안센터 근무자들이 맥주병을 빼앗으려 하자 치안센터 밖으로 뛰어나가 그 자리에서 병에 든 농약을 마시고 쓰러졌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저녁 8시40분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3년 8월21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생 가족이 사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의 농막을 찾아가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문제로 제수와 다투다 불을 질러 제수와 조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직후 김씨는 경찰에서 자신이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으나, 최초 발화 시점과 지점이 김씨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유족들은 김씨가 석방된 이후 주위 사람들과 관계가 멀어져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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