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태안 지역 벼 백수 피해 및 재난지원금 규모
‘백수’ 피해 1ha당 110만원 지원, 10여일 묵혔다 발표
안 지사쪽 “설명이 부족했다…일부러 숨긴거 아냐”
안 지사쪽 “설명이 부족했다…일부러 숨긴거 아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태풍 곤파스 피해 농민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10여일 넘게 묵혔다, 공교롭게 피해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성난 농심을 달래려 ‘이벤트성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충남도와 도내 시·군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1일 충남도 치수방재과에 “벼 피해 중 백수 현상이 우려되는 것에 대해 가능한 한 대파대로 지원하도록 피해 현황을 조사·확정하고, 추후 지급시 대파대와 농약대로 구분해 지원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침수 피해 등으로 인한 병충해 방제 명목으로 지원되는 농약대(1㏊당 10만원)와 달리, 대파대(1㏊당 110만원)는 새로 작물을 심어야 할 만큼 피해가 클 경우에 지원돼 액수가 훨씬 많다. 대파대 형식의 지원을 전제로 피해 조사를 실시하게 되면 그만큼 농민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재난지원금이 많아진다. 재난지원 담당 공무원들이 “매우 신속하고 의미 있는 지침”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하지만 안 지사는 지난 16일 기자브리핑에서 △특별재난지역 지정 △특별교부세 17억원 우선 교부 △지원대책 보완 등만 언급했을 뿐이다. 같은 날 소방방재청은 “백수 피해 농가에 농약대가 아닌 대파대를 지원하고, 이미 농약대가 지급된 경우 차액을 뺀 대파대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다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16일에 ‘농약대가 아닌 대파대 지원’ 지침이 확정된 셈이다.
안 지사는 이러한 사실 역시 도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당시는 서산·태안 등 피해 지역 농민들 사이에 “1㏊에 농약값 10만원 받고 빚내서 농약 치느니 차라리 수확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이 터져나오는 상황이었다. 지난 12일에는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사는 김아무개(68)씨가 태풍과 비 피해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10여일 뒤인 지난 28일에야 안 지사는 서산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농약대가 아니라, 1㏊당 110만원의 대파대를 피해 농민들에게 보상하기로 중앙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서산 백수 피해 현장… 눈물이 납니다. 들판이 새까맣다”는 글을 올렸다. 다음날엔 충남도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백수 피해 현장서 눈물’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도 냈다.
‘대파대 보상’ 지침을 뒤늦게 발표한 점을 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엄청나 정책실장은 “죽어가는 벼를 보며 날마다 한숨짓는 농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한 처사”라며 “안 지사가 진정으로 농민들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 쪽 조승래 비서실장은 “기존 (재난지원) 제도에 대한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을 수 있다”며 “일부러 사실을 숨기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28일 확정된 충남도의 재난지원금은 모두 695억원(공공시설 제외)에 이른다. 국비 지원이 70%이며, 도와 일선 시·군이 30%를 분담하게 된다. 백수 피해가 특히 심했던 태안(253억원)과 서산(210억원)에 가장 많은 지원금이 배정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금 지급 방식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아, 농민들이 실제 지원금을 손에 쥐기까지는 좀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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