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걸린 조사 과정
지적장애·뇌성마비·척수손상은 장애인 가운데 성적 고충을 대표한다. 지적장애는 지능이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에 머물지만, 성적 발달은 비장애인과 같다. 뇌성마비·척수손상은 심할 경우 손발조차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뇌성마비 미혼 44명(여 11명·남 33명)과 기혼 32명(여 17명·남 15명-미상 3명 포함), 척수손상 미혼 40명(여 6명·남 34명-미상 3명 포함)과 기혼 31명(여 9명·남 22명)이 응해줬다. 지적장애는 모두 미혼으로 여성 33명, 남성 44명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한국뇌성마비복지회·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설문조사를 공동기획했다. 이들 단체와 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이 설문안 설계 과정에서 조언 및 감수를 했다. 지적장애인은 작업장에서 출퇴근하는 재가 장애인을 주대상으로 삼았고, 해당 작업장의 사회복지사가 설문 응답을 도왔다.
‘기타’라는 답변이 3분의 1을 넘거나 답변이 일관되지 않는 등 신뢰성이 떨어지는 응답자는 걸렀다. 그럼에도 조사의 정확성과 관련해 성 관련 설문이란 점, 지적장애인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선정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설문을 거부한 장애인 또는 단체도 있었고, 설문안이 이들의 성욕을 되레 자극한다며 경계하는 시선과도 자주 부딪혔다. 고작 2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작업만 두 달 넘게 걸린 이유며, 감히 ‘장애인 킨제이 보고서’라 이른 까닭이다. 더 정밀하고 폭넓은 조사는 이제 국가의 이름으로 이뤄져야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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