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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초고층건물 화재 무방비…‘소방법 허점’ 알고도 2년간 방치

등록 2010-10-03 19:50수정 2010-10-27 10:23

해운대 불 키운 ‘부실 안전규정’
2008년 서울서 유사화재…개선책 입법 ‘흐지부지’
외벽 위험요인·스프링클러 예외조항 수정 시급
최근 행안위 통과안도 49층이하 건물엔 미적용
미흡한 소방안전 법규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초고층 주거형 오피스텔인 우신골든스위트의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년 전 서울의 고층 건물에서 이번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와 비슷한 화재가 발생해 건물 외벽 안전규정 입법 등이 제안됐는데도, 2년이 지나도록 관련 법규를 만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고층 건물에서 불이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지정하는가 하면, 최근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법률안도 49층 이하 건물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3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ㅎ빌딩 화재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2008년 6월24일 저녁 6시32분께 업무용 건물인 지상 18층 높이의 ㅎ빌딩에서 불이 나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이 건물 1층 외벽 에어컨 실외기 위에 버린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불이 외벽에 설치된 가연성이 높은 알루미늄 패널을 따라 삽시간에 위로 번져 건물 오른쪽 부분이 1층에서 꼭대기까지 탔다. 4층에서 난 불이 30여분 만에 알루미늄 패널로 덮은 외벽을 따라 37층 꼭대기까지 번진 우신골든스위트 화재와 닮은꼴이다.

당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건축물 외부엔 불연성 소재 사용 △알루미늄 패널 사용 때는 패널 내부에 불연성 소재 사용 권장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한 건축물 현황 파악 △건축물 외벽 구조에 대한 위험요인 개선방안 등을 담은 입법 건의 등의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현행 소방안전 법규에는 여전히 건물 외벽에 대한 안전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소방안전 예방은 실내가 중심이어서 건물 외벽까지 살피지 않을뿐더러 인력이 부족해서 외벽까지 점검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고층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규정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키운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소방방재청의 ‘국가화재안전기준 스프링클러 설비의 화재 안전기준’이 그것이다. 이 안전기준 15조 1항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제외 지역으로 파이프가 있거나 공기가 흐르는 통로, 계단실, 승강기의 승강로, 승강장, 목욕실, 수영장, 화장실, 복도 등을 포함했다. 우신골든스위트 4층은 이 조항에 따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2002~2005년 사이 우신골든스위트 신축 당시 건물 소방공사를 맡았던 김아무개씨는 “4층에 스프링클러만 있었다면 불이 위층으로 번지지 않고 바로 꺼졌을 것”이라며 “당시 규정에 없더라도 4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고 권했는데, 건축주가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초고층 및 지하연계건축물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통합 안전점검 시행 △피난안전구역 설치 등을 담았지만, 우신골든스위트 같은 초고층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적용 대상을 층수가 50층 이상 또는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부산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층 건물의 외벽에 대한 안전규정을 신설하고 모든 고층 건물에 예외를 두지 않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며 “하지만 추가 비용을 우려하는 건설회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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