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의원, 대학 60곳 조사
기존 ‘수시’ 뽑던 방식과 같아
‘성적순 선발 탈피’ 취지무색
기존 ‘수시’ 뽑던 방식과 같아
‘성적순 선발 탈피’ 취지무색
올해 실시되는 2011학년도 대학입시 입학사정관 전형의 74%가 기존 수시모집 전형과 선발방식이 같은 ‘무늬만 입학사정관 전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전국 60개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발표한 402개 전형의 모집요강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3일 공개했다. ▶관련기사 8면
조사 결과를 보면, 402개 전형 가운데 74.1%인 298개 전형이 입학사정관제 시행 전부터 실시하던 수시모집 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내신 반영비율 등 모집요강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방식은 예전과 그대로인데도 입학사정관 전형에 포함시켰다는 얘기다. 전체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 2만8841명 가운데 이 298개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모두 2만708명(71.8%)에 이른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존 성적 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잠재력과 전공 분야에 대한 열정, 인성 등을 두루 평가해 학생을 뽑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 정착을 위해 대학들에 올해에만 324억8400만원을 지원했지만, 대학들은 제도의 취지에 맞는 선발방식은 개발하지 않고 성적 위주의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둔갑시켜 ‘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대학별로 보면,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정부가 선정한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 29곳은 237개 전형 가운데 168개(70.9%)가, 서강대와 홍익대 등 우수대학 21곳은 138개 전형 가운데 109개(79.0%), 국민대와 영남대 등 특성화대학 10곳은 27개 전형 가운데 21개(77.8%)가 기존 수시모집 전형과 같았다.
이처럼 형식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대학들이 채용한 전체 입학사정관 3872명(올 4월1일 기준) 가운데 전임 입학사정관은 428명(11.1%)에 불과했다. 나머지 3444명은 위촉사정관이었다. 위촉사정관은 주로 해당 대학의 입시 담당 교수들로 구성돼 있다.
권영길 의원은 “정부가 예산부터 대폭 늘려 준비도 안 된 대학에 실시를 강요하면서 ‘무늬만 입학사정관 전형’이 만연하게 된 것”이라며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입 자율화 조처로 대학들의 이런 행태를 감시할 시스템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