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 입법예고 공고기간전 의견 표명키로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지향성 음향장비’(음향대포)를 도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이 장비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5일 “경찰이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통해 도입하려는 지향성 음향장비의 안전성에 논란이 있어, 인권위 차원의 의견 표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기초조사를 위해 경찰이 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에 의뢰한 성능 검사의 결과 보고서를 요청했다. 또 캐나다 법원의 지향성 음향장치 사용 제한 판결문과 미국의 실제 사용 사례 등도 분석하고 있다. 인권위는 기초조사가 끝나는 대로 오는 14일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경찰의 입법예고 공고 기간이 끝나는 18일 이전에 의견 표명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찰이 지향성 음향장비 도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탓에, 인권위는 물론이고 관련 전문가들도 안전성을 검증할 시간과 자료가 부족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의 의뢰로 지향성 음향장비의 성능 검사를 진행했던 서울대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의 성굉모 교수는 “그동안 미국에서 생산해 여러 곳에서 쓰였지만 피해 규모가 어떠했다는 내용의 자료는 보지 못했다”며 “이 장비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필요 없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적을 대상으로 한 무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테러리스트나 소말리아 해적 등 적을 대상으로 발사하면서 적의 안전성까지 생각하겠는가”라며 “퇴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니 피해와 관련된 자료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의 피해보다 후유증 때문에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국제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최근 발표된 논문을 보면, 해안으로 뛰쳐나와 자살하는 고래떼를 분석해보니 모두 청각이 파괴돼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이는 잠수함을 찾아내려고 선박들이 쏘아대는 150데시벨의 음파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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