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가운데)이 지난 7월19일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를 조사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인규 ‘청와대 보고’ 법정 진술
이인규 ‘몸통에 보낸 구명 경고 메시지’ 분석도
정치권 “부실수사” 재수사 촉구…검찰 시큰둥
이인규 ‘몸통에 보낸 구명 경고 메시지’ 분석도
정치권 “부실수사” 재수사 촉구…검찰 시큰둥
이인규(54·구속기소)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청와대에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56·전 ㈜엔에스한마음대표)씨 사찰 관련 동향을 구두보고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영구미제’ 사건이 될 뻔한 민간인 불법 사찰의 배후로 청와대가 다시 지목되고 있다.
애초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불거졌을 때 청와대는 “공직기강 업무를 담당했던 조성욱 민정 2비서관과 이강덕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장(현 경기경찰청장) 모두 지원관실에서 사건에 대해 어떤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를 지휘했던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도 지난 8월11일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우리가 복원한 내용이나 자료들 중에도 청와대 쪽에 보고됐다거나 지시받았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애초 ‘윗선’으로 지목됐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민간인 불법 사찰은 윗선의 지시도 없고 보고도 하지 않은 채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알아서 저지른 ‘단독 범행’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전 지원관이 청와대에 2~3주에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업무 보고를 했으며, 이강덕 팀장에게 사찰 동향을 보고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함으로써 불법 사찰과 청와대의 연결고리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검찰 조사는 물론 재판이 열린 법정에서도 ‘몸통’의 실체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던 이 전 지원관이 1심 심리가 끝나는 결심 공판에서 ‘나만 당할 수는 없으니 알아서 구명에 나서라’는 경고 메시지를 예의 ‘몸통’에게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부실수사가 재차 확인됐다며 재수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검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전 지원관의 증언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던 진술이며, 이를 정식 보고로 볼 수는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수사를 지휘한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보고라고 할 수 있으려면, 청와대에서 김종익씨의 사찰을 지시했다거나 사후에 승인을 받았다는 식의 구체적인 사실이 나와야 한다”며 “그러나 이 전 지원관은 이강덕 공직기강팀장에게 ‘아직도 이런 공직자가 있습디다’라고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검찰은 이 팀장을 서면으로 조사했으나, 그는 “해당 사안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신 차장검사는 “설사 이 전 지원관의 말이 사실이어도, 정식으로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 혐의와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어서 더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원관이 수시로 청와대 보고를 들어가고 이 팀장과 만난 부분은 “공직기강을 다루는 부서이기 때문에 실무자가 청와대에 바로 보고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설명도 곁들였다. 신 차장검사는 또 “무슨 기록이 나온 것도 아니고, 뭐가 나와야 재수사를 할 거 아니냐”며 재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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