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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비 몇푼에…떠도는 쪽방 사람들

등록 2010-10-19 19:41수정 2010-10-20 09:08

이영수(가명)씨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월동 자신의 쪽방에서 텔레비전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영수(가명)씨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월동 자신의 쪽방에서 텔레비전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다시 불어닥친 개발 바람, 거주자 이주대책 눈 감고
1인가구 전세지원도 중단, 다른 쪽방·고시원·거리로
동자동 주민 ‘잔인한 가을’

이영수(54·가명)씨는 지금 사는 서울 용산구 갈월동 쪽방으로 꼭 2년 전에 이사를 왔다. 단출한 짐을 챙겨 이사하던 날, 그때도 지금처럼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었다. 옷가지와 이불, 냄비를 박스에 넣은 채, 주거이전비로 받은 10만원을 들고 고시원을 떠났다. 그가 살았던 동자동 4구역 일대엔 35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공사가 시작됐다.

이씨가 살았던 동자동의 바로 옆동네인 갈월동에 구한 쪽방은 월세 20만원짜리였다. 동자동 고시원비 18만원보다 2만원을 더 줬지만 비좁은 방과 퀴퀴한 냄새의 공동화장실은 그대로였다. 이씨는 “이웃들이 다들 나처럼 보증금 없고 월세가 싼 쪽방을 찾아 흩어졌다”고 말했다. 이씨와 한동네에 살던 강승태(59·가명)씨도 동자동의 또다른 쪽방촌으로 옮겼다. 이곳은 920여가구가 밀집해 있는 국내 최대의 쪽방촌이다.

쪽방촌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철거된 ‘동자동 4구역’의 쪽방·고시원 거주자가 얼마나 됐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그 지역의 고시원 2개와 쪽방 건물에 150여명이 살았다”고 전했지만, 2007년 5월 서울시가 만든 ‘동자동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변경) 지정도서’는 세입자 수를 36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씨처럼 쪽방촌을 전전하는 이들에게 다시 개발의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주거지원 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전국 쪽방촌 곳곳에 개발계획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와 영등포동 일대 쪽방촌이 도시환경정비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두 지역에만 1400개가 넘는 쪽방이 밀집해 있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종로구 창신동과 대전시 동구 중앙동에서도 개발사업이 진행중이다. 아직 남아 있는 동자동 쪽방촌도 주택재개발 특별계획구역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쪽방촌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는 거주민에 대한 이주대책 논의가 필요하다”며 “개발이익을 고려한 전면 철거 등으로 쪽방 주민의 생활 터전을 없애기보다 쪽방 건물 리모델링 등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개발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토해양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이런 권고를 반영한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5월부터 65살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제외하고는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세임대주택 지원이 끊긴 상태다.(<한겨레> 18일치 1면)

쪽방 철거민 가운데 임대주택을 지원받은 사람은 극소수다. 엄병천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2년 전 쪽방 철거 때 주민들이 임대주택 지원을 원했으나 입주한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쪽도 철거 지역 쪽방촌에서 정확하게 몇명이나 임대주택 지원을 받았는지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대책도 없이 쪽방촌을 철거하면 주민들은 결국 또다른 쪽방이나 노숙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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