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서울지역 126곳 중간수사결과 지난달부터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수사해온 서울경찰청은 22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서울지역 126개 재건축·재개발 현장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46명을 구속하고 25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에서는 조합장의 공금 횡령에서부터 공무원들의 수뢰, 조직폭력배 개입, 공사 금액 부풀리기 등 각종 비리 의혹들이 드러났다. 재건축 현장은 비리 복마전=재건축 현장에서 가장 흔한 비리는 조합장과 시공사가 공모해 공사비를 부풀려 뒷돈을 챙기고 조합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었다. 화곡 1지구, 금천 한양아파트, 잠실 1·2·3단지 재건축 현장에서는 시공사와 조합장이 공모해 부당한 설계변경 등을 통해 수억~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구로동 비둘기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조합장 등이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를 위해 지하실 내벽을 파괴한 뒤 침수시켜 재건축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공사비 부풀려 수억~수입억원 빼돌리고
안전진단 통과하려 조합장이 지하실 부숴 침수
뇌물로 분양권 뿌려... 깡패개입 소문 확인
컨설팅과 철거, 설계 시공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뒷돈이 오갔다. 무학동 연립 재건축 현장에서는 조합장이 시공·철거 업체로부터 사례비로 26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으며, 잠실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에서도 부조합장이 철거공사권을 미끼로 5천여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치는 만큼 공무원과 여러 위원회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뇌물 수수도 많았다. 강동 고덕시영아파트 재건축 때는 구청 재건축안전진단 심의위원에게 심의판정 이의신청을 받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1천여만원의 금품이 건네졌다. 재건축 이권에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했다는 소문도 여러 현장에서 확인됐다. 정릉 1·2구역 재건축 사업에서는 조폭이 공갈·협박을 통해 40여억원을 갈취해 8명이 구속되고 2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성산동 대림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도 조직폭력배가 개입해 설계 변경을 하는 수법으로 공사비를 올려 200억원대 이득을 얻었다. 민오기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은 “전체 현장 가운데 60% 가량만이 수사가 완료됐다”고 말해 더 많은 비리가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83가구 가운데 14가구 분양권이 로비용=재건축 허가를 내주며 분양권을 뇌물로 받은 구청 공무원들도 적발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현대아이파크아파트 재건축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거짓 공문서를 작성하는 등 편의를 봐주고 분양권을 받은 혐의로 광진구청 국·과장급 공무원과, 시공사 대표, 조합장 등 10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83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에서 14가구의 분양권이 해당 공무원과 시공사인 현대아이앤콘스 관계자 몫으로 넘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구청 공무원 8명이 동원돼 도시계획지구 지정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조작하고 재건축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5채의 분양권을 받아 1억5천만~2억원 가량의 웃돈(프리미엄)을 챙겼다”며 “83가구 가운데 일반 조합원용 50가구와 로비용 14가구를 제외한 19가구의 분양권도 재건축 사업자가 3천만원씩의 웃돈을 받고 불법적으로 외지인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이날 잠실주공 3단지 철거공사를 수주한 철거회사 2곳이 평당 7만원인 철거 비용을 12만원으로 부풀려 비자금 49억원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내고,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들이 노임을 지급했다고 밝힌 일용직 명단에는 사망자·군복무자·수감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감독 관청의 관리 강화 △조합 업무에 대한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 참여 △조합장과 임원 자격요건 강화 등의 개선책을 관계기관에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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