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1500억대 회원권 매입
제보받은 지 1년 지나 늑장조사
제보받은 지 1년 지나 늑장조사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도 ‘계열사간 부당지원’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가족 소유 회사의 골프장 건설에 계열사들이 회원권 고가 매입 방식으로 지원한 혐의를 포착하고 곧 제재 방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공정위는 20일 “그룹 오너가 소유한 골프장 건설과 관련한 계열사들의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9월부터 계열사 10곳 및 비계열사 5곳에 대해 조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위법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08~2009년에 걸쳐 이 회장 가족 소유의 동림관광개발이 짓고 있는 강원도 춘천의 골프장 회원권을 1500억원어치 이상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에 태광 계열사들이 선매입한 금액만 792억원어치로, 이는 당시 골프장 전체 회원권의 92%에 이른다. 평균 회원권 매입가격도 1계좌당 22억원으로, 국내 수도권의 유명 골프장 회원권 시세(10억원 안팎)를 훨씬 웃돌았다. 골프장을 완공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계열사 돈이 오너 가족회사에 대한 부당 지원에 동원된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서울사무소에서 이런 내용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13개월 뒤인 올해 9월에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간 부당지원 행위가 인정되려면 계열사의 골프장 회원권 매입 행위가 골프장 업계의 경쟁을 제한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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