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대병사 구세대병영]
1. 내무반의 ‘시한폭탄’ 문제 병사
2. 외출하면 피시방으로 직행
3. 병사인가 ‘사병’인가
4. 전문가 진단 밥타다 대령-군화 닦아주기 ‘음성적 전령’여전
“현역은 전투병 배치하고 간부 특권의식 버려야”
지난해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둘러싸고 국방부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뜨거운 공방을 벌였던 ‘허원근 일병 사건’의 배경에도 인권유린 행위가 있었다. 이 점은 양쪽 두루 수긍한 사실이었지만, 사인 논란에 묻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허 일병은 처음 소총 소대에서 ‘모범 병사’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군 생활을 잘 했다. 그러나 중대 행정반으로 옮겨 중대장 시중꾼 노릇을 하는 ‘중대장 전령’을 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국방부 특별조사단 보고서를 보면, 중대장은 “전투복 상의를 잘못 다림질했다” “당번병이 일을 저 따위로 하니 어떻게 중대장을 하겠느냐”고 허 일병에게 심한 면박을 준 것으로 돼 있다. 중대장은 이런 행동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중대장은 “전령은 중대장의 그림자이므로 중대장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 일병 등 중대 행정반 병사들을 하루 2~4시간만 잠재우고, 자신만의 특별 음식을 준비할 것 등을 명령했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자행되던 전령 제도는 계급을 이용해 병사를 함부로 부리는 ‘사병’(私兵)의 대표적 사례다. 군은 이를 개선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곳곳에서 노력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연대장 관사에서 밥짓고 청소하던 당번병 2명은 몇 해 전에 철수했다. 그러나 사단장 이상의 고위 장성 관사에는 여전히 ‘공관병’이 있다. 일부에서는 소·중위가 맡는 소대장과 부사관이 맡는 부소대장의 전령이 계속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서부전선의 전방 예비사단에서 전역한 윤아무개(24)씨는 “본인들은 싫어했지만 고참 병사의 지시로 일병~상병에서 전령을 맡았다”며 “이들은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의 군화를 매일 반짝거리도록 닦고, 군장(배낭)을 꾸려주며, 개인 소총을 대신 손질하는 등의 일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식당에서 간부들의 밥을 타다 대령하고 식기 세척까지 도맡아야 했다. 그는 “일부 양심적인 간부들은 식당에서 줄을 서고 스스로 식기를 세척했지만 대부분은 ‘대접’을 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예하부대를 지도·감독해야 할 군 최상급 기관인 국방부 본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도 이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휴일날 이곳 간부들이 자주 찾는 서울 태릉 남성대 골프장에는 군용차들이 즐비하고, 징발된 운전병들은 거의 낮 시간에 주차장에서 ‘주인’들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들에게는 따로 휴무, 토·일요일 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다. 또 평일에도 군 장성들이 회식을 하면 군에서 정한 취침시각인 밤 10시를 넘겨서도 대기해야만 한다. 국방부 구내 새벽 헬스클럽과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를 찾는 장성들을 위해 운전병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성을 모셔오기도 한다. 국방부 합참의 장성 차량 운전병은 130여명으로 1개 중대 병력이다.
군 간부들의 이런 군대 운영은 한국군이 ‘모범’으로 삼고 있는 미국군과는 판이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펜타곤) 주변에는 가방을 들고 걸어서 출근하는 미군 장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한국 쪽의 연락을 받은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이 일요일 골프를 치다가 자신의 고물 승용차를 직접 몰고 국방부에 나타나 군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몸이 편한 부대에 근무한다는 한 병사는 “전방 소총중대 근무 병사에 비해 편하기 때문에 현실을 일단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러나 군과 지휘관에 대한 애초 기대와는 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가 지난주 벌인 여론조사에서 최근 전역한 신세대 병사 500명은 ‘군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에서 실망 수준의 점수인 47.9점, ‘하급자의 복종 의사’에서 부족한 편인 36.7점, ‘상관의 명령 권한’에서 충분한 편인 59.9점이라고 대답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장성 차량과 간부식당 등에 병사를 배치하는 것은 위법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병사들을 전투부대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군 내부 원칙에 비춰, 따져볼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간부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이 2003년 12월 현역병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간부들이 스트레스를 표출한다’고 대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상관의 질책에 대한 화풀이(40%), 이상 성격·습관(25.4%), 당직 야근 스트레스 누적(17.5%) 등을 꼽았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정말 ‘군사적’ 훈련만 받는다면 병사들의 불만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지만, 온갖 허드렛일까지 시키다보니 군 생활에서 보람을 찾기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관들이 병사들의 월급은 낮지만 얼마나 비싼 기회비용을 주고 병사들의 노동력을 쓰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역 군인은 전투중심으로 가고, 나머지 비군사적 부문은 군무원이나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특별취재반
직업군인마저 "보람은 무슨…"
절반이상 계층 ‘중하’‘하’로 여겨
"안정적이라 선택"...자부심 적어
집급 누락땐 ‘사오정’이직 쉽잖아
의무복무를 하는 병사들 뿐만 아니라 일부 직업군인도 군 복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 2002년 직업군인 121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직업군인의 43.8%가 자신의 사회계층이 ‘상, 상중, 중, 중하, 하’ 5단계에서 ‘중하’에 속한다고 답했다. 또 이들의 40.8%가 ‘중’이라고 답했고, ‘하’라고 답한 직업군인도 8.4%나 됐다. 직업으로 군인을 선택한 이유도 안정성(42.1%)이라고 답한 비율이 보람(18.3%)이나 명예(17.8%)라는 답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이는 자발적으로 군인이 된 장교·부사관들조차 자신의 일을 ‘신성한 국방’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업 군인들의 보수는 아직 일반 사회에 못미친다고 국방부쪽은 말하고 있지만, 상당한 수준이다. 급식비와 피복비를 제외하고 연간 급여만 따지면 대장 9606만원, 준장 6864만원, 40대 중반의 중령 5756만원, 대위 3411만원이며 대개 단기 장교들로 구성된 중위는 2051만원이다. 또 부사관인 원사는 4900만원, 중사는 2603만원, 하사는 1545만원이다. 장교들 가운데 가운데 중령 진급에 성공하면 정년도 53세로 늘어난다. 직업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소령과 중사의 정년이 45세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다수 직업군인은 한창 나이에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직업군인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28.7%에 불과하다. 군대에서 하던 것과 비슷한 일을 하는 직장을 민간사회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장기근무 장교는 아니지만 대학 재학 시절 군 장학금을 받아 장기간 군 생활을 계속한 경우도 있다. 국민대를 졸업한 이아무개(32)씨는 지난 96년에 입대에 2003년에 대위로 전역하기까지 7년간 군에 머물렀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연령층도 취직하기가 어려운 판에 30살 전후에 군을 나서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집안이 어려워 군 장학금을 받았지만 후배들을 만나면 나서서 만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바깥세상과 격리된 삶 또한 문제다. 대다수 직업군인과 그 가족들은 사회와 융합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직업군인은 정년 때까지 평균 16.2번 이사를 다닌다. 자주 집을 옮겨다니느라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군인 가족은 ‘기러기 가족’이 되기 일쑤다. ‘고립’에 가까운 격오지 근무를 하는 직업군인도 41.8%에 달한다. 관사생활을 하는 직업군인들은 민간인과 교류하는 일이 거의 없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과 함께 있는 직업군인들이 대부분 관사에서 생활하는 등 사회와 단절돼 있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 변화에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특별취재반=김성걸(정치부) 박종찬(온라인뉴스부) 유신재(사회부) 기자
1. 내무반의 ‘시한폭탄’ 문제 병사
2. 외출하면 피시방으로 직행
3. 병사인가 ‘사병’인가
4. 전문가 진단 밥타다 대령-군화 닦아주기 ‘음성적 전령’여전
“현역은 전투병 배치하고 간부 특권의식 버려야”
지난해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둘러싸고 국방부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뜨거운 공방을 벌였던 ‘허원근 일병 사건’의 배경에도 인권유린 행위가 있었다. 이 점은 양쪽 두루 수긍한 사실이었지만, 사인 논란에 묻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허 일병은 처음 소총 소대에서 ‘모범 병사’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군 생활을 잘 했다. 그러나 중대 행정반으로 옮겨 중대장 시중꾼 노릇을 하는 ‘중대장 전령’을 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국방부 특별조사단 보고서를 보면, 중대장은 “전투복 상의를 잘못 다림질했다” “당번병이 일을 저 따위로 하니 어떻게 중대장을 하겠느냐”고 허 일병에게 심한 면박을 준 것으로 돼 있다. 중대장은 이런 행동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중대장은 “전령은 중대장의 그림자이므로 중대장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 일병 등 중대 행정반 병사들을 하루 2~4시간만 잠재우고, 자신만의 특별 음식을 준비할 것 등을 명령했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자행되던 전령 제도는 계급을 이용해 병사를 함부로 부리는 ‘사병’(私兵)의 대표적 사례다. 군은 이를 개선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곳곳에서 노력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연대장 관사에서 밥짓고 청소하던 당번병 2명은 몇 해 전에 철수했다. 그러나 사단장 이상의 고위 장성 관사에는 여전히 ‘공관병’이 있다. 일부에서는 소·중위가 맡는 소대장과 부사관이 맡는 부소대장의 전령이 계속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서부전선의 전방 예비사단에서 전역한 윤아무개(24)씨는 “본인들은 싫어했지만 고참 병사의 지시로 일병~상병에서 전령을 맡았다”며 “이들은 중대장과 행정보급관의 군화를 매일 반짝거리도록 닦고, 군장(배낭)을 꾸려주며, 개인 소총을 대신 손질하는 등의 일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식당에서 간부들의 밥을 타다 대령하고 식기 세척까지 도맡아야 했다. 그는 “일부 양심적인 간부들은 식당에서 줄을 서고 스스로 식기를 세척했지만 대부분은 ‘대접’을 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예하부대를 지도·감독해야 할 군 최상급 기관인 국방부 본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도 이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휴일날 이곳 간부들이 자주 찾는 서울 태릉 남성대 골프장에는 군용차들이 즐비하고, 징발된 운전병들은 거의 낮 시간에 주차장에서 ‘주인’들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들에게는 따로 휴무, 토·일요일 근무에 대한 보상이 없다. 또 평일에도 군 장성들이 회식을 하면 군에서 정한 취침시각인 밤 10시를 넘겨서도 대기해야만 한다. 국방부 구내 새벽 헬스클럽과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를 찾는 장성들을 위해 운전병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성을 모셔오기도 한다. 국방부 합참의 장성 차량 운전병은 130여명으로 1개 중대 병력이다.
군 간부들의 이런 군대 운영은 한국군이 ‘모범’으로 삼고 있는 미국군과는 판이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펜타곤) 주변에는 가방을 들고 걸어서 출근하는 미군 장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한국 쪽의 연락을 받은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이 일요일 골프를 치다가 자신의 고물 승용차를 직접 몰고 국방부에 나타나 군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몸이 편한 부대에 근무한다는 한 병사는 “전방 소총중대 근무 병사에 비해 편하기 때문에 현실을 일단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러나 군과 지휘관에 대한 애초 기대와는 다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가 지난주 벌인 여론조사에서 최근 전역한 신세대 병사 500명은 ‘군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에서 실망 수준의 점수인 47.9점, ‘하급자의 복종 의사’에서 부족한 편인 36.7점, ‘상관의 명령 권한’에서 충분한 편인 59.9점이라고 대답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장성 차량과 간부식당 등에 병사를 배치하는 것은 위법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병사들을 전투부대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군 내부 원칙에 비춰, 따져볼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병사들은 간부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이 2003년 12월 현역병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간부들이 스트레스를 표출한다’고 대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상관의 질책에 대한 화풀이(40%), 이상 성격·습관(25.4%), 당직 야근 스트레스 누적(17.5%) 등을 꼽았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정말 ‘군사적’ 훈련만 받는다면 병사들의 불만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지만, 온갖 허드렛일까지 시키다보니 군 생활에서 보람을 찾기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관들이 병사들의 월급은 낮지만 얼마나 비싼 기회비용을 주고 병사들의 노동력을 쓰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역 군인은 전투중심으로 가고, 나머지 비군사적 부문은 군무원이나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특별취재반
직업군인마저 "보람은 무슨…"
절반이상 계층 ‘중하’‘하’로 여겨
"안정적이라 선택"...자부심 적어
집급 누락땐 ‘사오정’이직 쉽잖아
의무복무를 하는 병사들 뿐만 아니라 일부 직업군인도 군 복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 2002년 직업군인 121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직업군인의 43.8%가 자신의 사회계층이 ‘상, 상중, 중, 중하, 하’ 5단계에서 ‘중하’에 속한다고 답했다. 또 이들의 40.8%가 ‘중’이라고 답했고, ‘하’라고 답한 직업군인도 8.4%나 됐다. 직업으로 군인을 선택한 이유도 안정성(42.1%)이라고 답한 비율이 보람(18.3%)이나 명예(17.8%)라는 답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이는 자발적으로 군인이 된 장교·부사관들조차 자신의 일을 ‘신성한 국방’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직업 군인들의 보수는 아직 일반 사회에 못미친다고 국방부쪽은 말하고 있지만, 상당한 수준이다. 급식비와 피복비를 제외하고 연간 급여만 따지면 대장 9606만원, 준장 6864만원, 40대 중반의 중령 5756만원, 대위 3411만원이며 대개 단기 장교들로 구성된 중위는 2051만원이다. 또 부사관인 원사는 4900만원, 중사는 2603만원, 하사는 1545만원이다. 장교들 가운데 가운데 중령 진급에 성공하면 정년도 53세로 늘어난다. 직업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소령과 중사의 정년이 45세밖에 안 되기 때문에 대다수 직업군인은 한창 나이에 직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직업군인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28.7%에 불과하다. 군대에서 하던 것과 비슷한 일을 하는 직장을 민간사회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장기근무 장교는 아니지만 대학 재학 시절 군 장학금을 받아 장기간 군 생활을 계속한 경우도 있다. 국민대를 졸업한 이아무개(32)씨는 지난 96년에 입대에 2003년에 대위로 전역하기까지 7년간 군에 머물렀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연령층도 취직하기가 어려운 판에 30살 전후에 군을 나서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집안이 어려워 군 장학금을 받았지만 후배들을 만나면 나서서 만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바깥세상과 격리된 삶 또한 문제다. 대다수 직업군인과 그 가족들은 사회와 융합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직업군인은 정년 때까지 평균 16.2번 이사를 다닌다. 자주 집을 옮겨다니느라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군인 가족은 ‘기러기 가족’이 되기 일쑤다. ‘고립’에 가까운 격오지 근무를 하는 직업군인도 41.8%에 달한다. 관사생활을 하는 직업군인들은 민간인과 교류하는 일이 거의 없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과 함께 있는 직업군인들이 대부분 관사에서 생활하는 등 사회와 단절돼 있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 변화에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특별취재반=김성걸(정치부) 박종찬(온라인뉴스부) 유신재(사회부) 기자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