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조사 비협조 빈번
검찰 증거확보 어려워져”
검찰 증거확보 어려워져”
불공정 거래 등 금융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려면 금융감독기관에 강제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현직 검사의 주장이 나왔다. 검찰 조직은 수사권 부여에 완강하게 반대해 왔다.
배종혁 수원지검 특수부 부부장 검사는 27일 법무부 주최로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효율적 규제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금융 비리의 1차 조사기관인 금융감독원(금감원)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의 권한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배 검사는 “압수·수색·체포·구속의 권한이 없는 금감원의 임의조사로 인해 혐의자들이 출석에 불응하거나, 문답조사를 받은 후 조사 과정에서 지득한 내용으로 서로 말맞추기를 하거나, 증거를 은닉·인멸하는 등의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사안의 실체 규명을 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감원 직원들이 현장에 조사를 나갔다가 회사 쪽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해 11월 금감원 검사반 직원들은 삼성생명 본사 사무실을 찾았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고객정보를 이용한 통합보험 가망고객 타깃 정보’ 등과 관련한 자료 등을 요청했으나 삼성생명 쪽이 이를 거부하자 직접 사무실을 찾은 것이었다. 그러나 삼성생명 양아무개 변호사는 “영장 없는 자료수색은 위법이다”, “컴퓨터 파일을 열어주는 사람은 나한테 죽을 줄 알아”라는 거친 언사로 직원들의 조사 협조를 막았다. 이에 금감원이 지난 5월 양 변호사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하라고 삼성생명 쪽에 요구하자, 양 변호사는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는 “금감원 검사원이 자료 열람을 요구한 것은 직원들의 동의를 전제로 해 영장주의에 반하는 불법으로 볼 수 없고, 자료제출 요구가 정당한 이상 삼성 쪽은 이에 응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김태규 송경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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