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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5년전 한국은 참혹했는데…”

등록 2005-06-23 09:23수정 2005-06-23 09:23

54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전 참전 용사 뮈크레민 에누란씨

"1950년 6.25전쟁 당시 한국은 정말 참혹했어요.온전한 집을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요." 6.25 발발 55주년을 앞두고 지난 20일 경기도 용인시 초청으로 동료 터키 참전용사 14명과 함께 방한한 뮈크레민 에누란(74)씨는 "54년만에 다시 방문한 한국이 이렇게 발전해 있을 줄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2일 오후 용인 한국민속촌 관광길에 만난 에누란씨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 5천여명의 터키군 일원으로 한달 동안 배를 타고 한국에 왔었다"며 "당시 한국은 폐허 그 자체였고 먹을 것조차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속촌내 작은 초가집을 가리키며 "전쟁당시 한국 가옥들은 대부분 저 집과 같았다"며 "그나마 대부분 벽이 허물어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당시 한국군 및 한국인들은 키가 우리보다 한 뼘 정도씩은 작았다"고 말한 에누란씨는 "그동안 한국이 몰라보게 발전한 것은 물론 한국인과한국 군인들의 키도 훨씬 커져 지금은 우리보다도 큰 것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1년동안 한국에서 전투를 벌이고 귀국한 뒤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한국을지워본 적이 없다"며 "살아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도 터키내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수시로 만나 전쟁당시를 회고하며 한국 이야기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에누란씨 소속 보병부대는 용인 김량장리에서 수적으로 절대 열세였는데도불구하고 중공군을 만나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했다.

에누란씨는 "우리 나라에서는 죽음을 신성시해 한국전 참전을 위해 터키를 떠날당시 큰 두려움은 없었다"며 "그러나 전투중 바로 옆에서 형제같은 동료병사들이 총알을 맞고 죽어갈 때는 적개심과 함께 잠시 겁도 났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전쟁 당시 진흙탕속을 뛰어다니면서도 90일 동안 전투화를 벗지 못해 양말이 신발안에서 썩기까지 했다"며 "그러나 당시 나는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사명감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에누란씨는 "최근 한국에서 극히 일부이겠지만 젊은이들의 병역기피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남의 나라 일에 뭐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도 터키에서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만나면 '혹시 한국사람 아니냐'고 자주 묻는다"며 "귀국하면 한국의 발전상과 이번에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한국민의 정을 친구와 친척들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누란씨와 함께 방한한 터키 참전용사중 일부는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줌마 물주세요'와 같은 한국말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피를 함께 흘린 한국민을 지금도 형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인시와 자매결연을 한 터키 카이세리시에 거주하고 있는 에누란씨 등은 판문점과 삼성전자, 에버랜드 등을 돌아본 뒤 25일 출국한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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