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청계천 설계 잘못…광화문 홍수는 인재”

등록 2010-10-28 19:59수정 2010-10-29 09:02

5년빈도 강우량에도 물난리
하천내 하수관 오수 방류로
산소요구량 600ppm 치솟아
김승 수자원프런티어사업단장(수자원학회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긴 사진을 골똘히 살펴봤다. 그 시각 서울시에서는 “200년 빈도(200년에 한번 있을 정도의 강우량)의 집중강우로 천재지변이 났다”는 발표를 했다.

김 단장은 실제 비가 얼마나 왔는지 궁금해 기상청 누리집을 확인했다. 강우량은 많지 않았다. 10분 기준 16㎜, 30분 기준 40.5㎜, 1시간 기준 73.5㎜가 최대치였다. 이번엔 2000년에 작성된 ‘서울 확률 강우량’ 자료를 뒤졌다. 이날 강우량은 10분 기준 2~3년 빈도, 30분 기준 5년 빈도, 1시간 기준 5~10년 빈도밖에 되지 않았다. 호기심은 의문으로 발전했다.

김 단장은 광화문광장의 물이 삼일교에 도달하는 시간을 분석했다. 광화문에 내린 비는 15분 안에 청계천 삼일교 아래로 흘러들게 설계됐다. 하지만 시간당 최대 강우가 내린 오후 2시50분께 삼일교의 수위는 3.17m에 불과했다. 광화문 물이 삼일교로 빠지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했다. 더구나 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의 중학천과 백운동천 하수관거의 수위를 확인해보니, 비가 오기 시작한 오후 1시10분께에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청계천 복원 설계도를 살피던 김 단장은 ‘합류식 하수관’의 문제도 발견했다. 청계천에는 생활하수 등 오염된 물이 지나가는 하수관 차집관거(통로)가 청계천 양쪽 터널을 통해 지나간다. 이 차집관거를 넘어선 물을 방류하면 하천오염이 불가피하고, 반대로 방류를 제한하면 홍수가 난다. 실제 2006년 서울시가 만든 청계천 홍보 동영상을 보면 “최악의 경우 홍수물을 안전하게 배수시키기 전에 물이 거리 높이로 넘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 단장은 “서울시의 동영상이 경고한 대로 배수가 되지 않아 청계천 인도가 침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접 청계천을 살펴본 뒤 청계천에 설치된 폭포 내부에 설계에 없던 차단막이 설치된 사실도 확인했다. 삼일교 왼쪽 방류문이 열린 흔적이 있었고 악취가 심하게 났다. 홍수 당시 청계천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600ppm까지 치솟았다. 일반 생활하수는 150ppm 수준이다.

이런 조사들을 토대로 김 단장은 28일 열린 한국수자원학회의 ‘2010년 9월 도시홍수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석해 “9월 광화문 홍수는 인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5년 빈도도 안 되는 강우량에 홍수가 났는데도 공개된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며 “청계천의 경우 비가 많이 오면 각종 오수가 뒤섞여 하천이 오염될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