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사태’를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2일 신한금융지주회사의 라응찬(72) 전 회장과 신상훈(62) 사장, 이백순(58) 은행장의 집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지 딱 두 달 만에 검찰이 ‘신한 3인방’을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 등 수십명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 보내 세 사람의 집무실과 부속실 등 예닐곱 곳을 압수수색해 각종 전산자료와 결재서류,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신한 사태’는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고소하면서 시작됐지만 뒤이어 ‘50억 차명계좌’에 따른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라 전 회장이, 투모로그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이 행장이 고소·고발되면서 세 사람이 한꺼번에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들 3인방이 연루된 여러 사건 가운데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고소한 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라 전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는 처벌 조항이 없는데다 “차명계좌에서 관리된 50억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이라는 보수단체의 주장만으로는 수사 착수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 과정에서) 이미 스크린된 내용인데 대책 없이 끄집어내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모로그룹이 “부실기업으로 지목돼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 행장을 고소한 사건은, 신 사장의 혐의를 가리면서 자연스럽게 결론이 날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관심의 초점은 신 사장이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600만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는지로 모아진다. 검찰은 고소 내용대로 신 사장이 15억6600만원 전부를 유용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라 전 회장을 잘 아는 인사는 이번 사건의 성격을 “라 전 회장이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라 전 회장이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2억원을, 이 행장이 현금으로 3억원을 가져갔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세 사람을 다음주부터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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