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직후 관련기록 제출”…법원 “받은바 없다”
장관 국회답변과 달리 ‘법정’에서도 언급되지 않아
장관 국회답변과 달리 ‘법정’에서도 언급되지 않아
‘청와대 대포폰’ 관련 증거 기록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기소 직후에 법원에 제출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이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대포폰 제공 의혹을 폭로한 지난 1일 5000쪽 분량의 수사 기록을 추가로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청와대와 지원관실의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2일 “재판부는 대포폰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자료를 받은 바가 없어 대포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며 “어제 검찰이 5000쪽에 이르는 자료를 내긴 했는데 거기에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법정에서도 대포폰 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청와대 대포폰과 관련해 “법정에서 다 이야기되고 있다”며 검찰이 이 사안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수사를 지휘했던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도 “증거기록은 기소하고 바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기록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대포폰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청와대와의 연관성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대포폰 개설자로 지목된 최아무개 청와대 행정관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조사했다. 최 행정관의 직속 상관은 애초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으로 지목돼온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다. 최 행정관은 이 전 비서관의 연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참고인인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례적으로 최 행정관을 ‘출장조사’ 하는 데 그쳤고, 이 전 비서관은 단 6시간 동안의 참고인 조사만 받고 결국 무혐의 처분됐다. 이에 대해 신 차장검사는 “수사의 효율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이석현 의원의 폭로와 관련해 그동안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던 검찰은 이날 조금씩 입을 열었다. 신 차장검사는 “대포폰이 다섯 대라는데, 증거인멸로 기소된 지원관실 직원 장아무개씨가 사용한 대포폰은 한 대”라며 “대포폰이 다섯 대라는 주장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포폰의 명의 도용 여부를 조사했느냐는 질문에는 “차명전화의 명의는 공기업 임원이 아닌 휴대폰 대리점 업주의 가족”이라며 “도용당한 게 아니고 차명으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총책임자인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다른 수사 단서가 나오면 수사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종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에 터져나오는 청와대와의 연루 정황만으로 충분히 재수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청와대가 사기집단도 아니고 대포폰을 만든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와의 연결고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상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규 송경화 기자 dokbul@hani.co.kr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청와대가 사기집단도 아니고 대포폰을 만든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와의 연결고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상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규 송경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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