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뒤 증언나와…재소환 근거 부족해”
이석현 의원 “중앙지검장이 조사 반대한 의혹도”
이석현 의원 “중앙지검장이 조사 반대한 의혹도”
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저지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윗선’이라는 의혹을 샀던 이영호(46)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대포폰’ 관련 조사를 아예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이 ‘청와대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비서관을 소환조사했을 당시에는 차명폰 얘기가 안 나왔던 시점”이라며 “상선(윗선) 개입 등 전반적인 내용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을 소환조사한 뒤에 그의 부하인 최아무개 행정관이 장아무개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신 차장 검사는 ‘이 비서관을 추가로 불러 조사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시 불러서 추궁할 만한 내용을 얻었으면 그랬겠지만 근거자료를 확보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6일 이 전 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6시간 만에 조사를 끝냈다.
이와 관련해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청와대 비호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검찰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대포폰을 만들어준 최 행정관에 대한 조사를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반대했으나 수사팀이 강력히 주장해 (서울 시내 모처에서) 조사하게 됐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 의원은 또 “최 행정관의 컴퓨터 로그인 기록을 검찰이 조사하려고 청와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그 뒤 청와대로부터 ‘스스로 확인해보니 이렇다 할 내용이 없더라’는 통보만 받고 컴퓨터 조사를 포기했다는데 그것이 맞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신경식 1차장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을 정상적으로 보고도 하지 않고 수사팀 의견도 묵살한 것처럼 자꾸 얘기가 나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한편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특별검사를 통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실하게 수사하고 청와대 개입 의혹을 감추었던 검찰 자체가 수사 대상”이라며 “청와대와 검찰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을 특별검사를 임명해 하루라도 빨리 수사할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특검법 제정 촉구 행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민주주의와 국민기본권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조속하게 (특검법) 입법절차를 진행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고나무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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