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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과거 검찰이 재수사 한 사례 보면

등록 2010-11-09 08:37

사회적 논란 ‘경성그룹’사건등정권결단·여론반발로 재수사
“이미 다 조사한 내용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재수사는 어렵다.”

증거인멸 과정에서 ‘청와대 대포폰’이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검찰의 태도는 명확하다. ‘사정 변경’의 사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재수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의 재수사는, 새로운 증거보다는 ‘부실수사’를 질타하는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결단에 의해 착수되는 사례가 많았다.

경성그룹 로비 사건이 대표적이다. 1996년 정부재투자기관인 한국부동산신탁에서 2828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경성건설 쪽이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게 의혹의 뼈대였다. 검찰은 “경성 쪽이 조성한 비자금 55억원이 모두 현금으로 인출돼 계좌추적이 어렵다”며 경성과 한국부동산신탁의 관련자 14명을 구속기소하고 수사를 끝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한국부동산신탁과 한국감정원, 건설교통부 등에 ‘경성 쪽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청탁하거나 압력을 넣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받아놓은 상태였고, 이런 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낸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검찰이 수사 종결을 선언한 뒤 일부 수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혹을 증폭시킨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닮은꼴이다. 결국 검찰은 재수사에 들어가 당시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 등을 구속했다.

12·12와 5·18 사건의 재수사는 더욱 정치적이었다. 검찰은 1995년 7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등에 ‘공소권 없음’ 결정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 계좌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5·18 특별법 제정 등을 뼈대로 하는 ‘역사 바로 세우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검찰은 5개월 만에 기존 결정을 180도 뒤집어 전·노씨 등 주요 가담자 전원을 법정에 세웠다.

참여정부 출범 전후에 불거진 ‘나라종금 퇴출 무마 로비’ 사건도 재수사를 통해서야 진상이 드러났다. 검찰은 나라종금이 퇴출을 피하려고 2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2002년 7월 내사 중지 처분했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은 나라종금의 로비 대상으로 안희정·염동연씨 등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측근들을 거론했고,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던 2003년 1월 “내 주변에 관련된 의혹도 수사해도 좋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해 4월 재수사에 착수했고 기왕에 거론됐던 안·염씨뿐 아니라 한광옥·김홍일씨 등을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과거 검찰의 주요 사건 재수사는 여론을 의식한 정권이 검찰에 직간접적인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의 민간인 사찰 수사는 청와대가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 버티는 한, 재수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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