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유족 계속 반발… 수사 사흘만에 봉합

등록 2005-06-23 18:57수정 2005-06-23 18:57

군 당국이 비무장지대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23일 서둘러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군 당국은 “기존 발표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이번 사건이) 군을 흔들어 놓았다”며 최종 발표를 통한 조기 사태 수습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유족들은 수사 결과에 계속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이 ‘지피 총기사고 수사본부’ 구성을 발표한 이후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윤광웅 국방장관의 사의 표명에도 유족들의 의혹 제기 등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쐐기를 박을 필요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육군은 이날 발표를 통해 욕설 등으로 잦은 질책을 당한 김아무개(22) 일병이 사전에 계획한 범행이라는 기존 발표를 재확인했다. 김 일병은 그동안 “너 때문에 짜증난다. 전출 가버려라. 우리 소대를 떠나라” “OO새끼야, 똑바로 해라” “개OO” “미쳤냐, 돌았냐, 미친 O이”라는 욕설을 들었다고 육군은 확인했다. 김 일병도 자신의 수양록에 “괜히 은근슬쩍 신임(병)한테 욕도 하고 못한다고 지랄했다”고 말해 부대 안에 욕설이 자주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 일병은 신병교육대에서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에서 “입대 전 온라인게임을 즐겨했고, 고참이 괴롭히면 자살할 것 같다”고 써 입대 직후부터 군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인근 지피에서 고참병에게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멱살을 잡히고 질책과 욕설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런 ‘폭행’ 사건 뒤 해당 부대는 김 일병을 다른 지피로 옮기는 조처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져 군의 병력 관리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김 일병은 모든 소대원을 살해한 뒤 경계초소 시설물을 폭파하고 민간인 통제선 이남으로 도주해 은둔생활을 할 생각이었으며, 모두 살해하려는 것은 ‘증거인멸과 도주’를 위해서라고 육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군은 전했다.

김성걸 기자 skkim@hani.co.kr




“우리 영철이 그렇게 죽어야 했니?”

유족들 통곡 실신… 부대원들 영정 붙들고 눈물 떨궈

 “우리 정원이는 없구나, 너희들은 다 왔는데….”

최전방 경계초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조정원 상병의 어머니는 23일 오후 조 상병과 함께 근무했던 소대원들이 합동분향소에 도착하자 이렇게 외치며 통곡했다.

소대원들이 이날 경기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들어서자 분향소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사고가 일어난 초소의 병사 22명과 후임 소초장 이아무개 중위, 수색중대장, 관측장교 등 모두 26명은 이날 오후 2시께 이곳에 도착해 조문을 했다.

분향소에 들어간 대원들은 맨 앞에 한 장교가 선 뒤로 26명의 부대원들이 일렬로 정렬해 섰다. 부대원들은 10초 정도 묵념을 했고, 병사들 가운데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병사들을 한 명씩 잡고 울기 시작했고, 한 유가족은 병사들을 부둥켜 안고 흔들었다. 여기저기서 “내 새끼들 왔느냐”는 외침소리가 들렸다.

차유철 상병의 어머니 최영애(49)씨는 임창용 상병을 부둥켜 안고 “여기 있는 군인들이 다 우리 아들이다”고 말하며 통곡했다. 전영철 상병의 어머니 장영화(40)씨는 병사들 사이를 옮겨다니며 “우리 영철이 어떻게 죽었는지 얘기 좀 해줘. 그렇게 죽어야 했니?”라고 흐느꼈다. 장씨는 도중에 실신해 유가족들에 의해 업혀 나가기도 했다.

박의원 상병의 어머니는 박 상병의 사수인 유재헌 병장에게 박 상병 영정을 건네줬으며, 유 병장은 영정을 부여잡고 “의원아! 나야 나!”라고 크게 외치며 통곡했다. 이아무개 중위는 아무런 말 없이 계속 흐느끼며 울었다.

조문을 마친 병사들은 오후 2시13분께 분향소를 나와 버스에 올라 최종수사결과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버스에 오른 부대원들은 괴로운 표정으로 머리를 푹 숙인 채 머리와 얼굴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