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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일병 한때 적응 노력… 사고 상상 못해”

등록 2005-06-23 19:02

 23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연천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홍종설 헌병감의 수사결과 발표를 사건 당시 생존 병사들이 듣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23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연천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홍종설 헌병감의 수사결과 발표를 사건 당시 생존 병사들이 듣고 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생존 소대원들의 증언

죽이겠다는 말 ‘웃으며 장난처럼’
소심한 성격…선임 질책땐 반항도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습니다. 같이 자고, 같이 밥 먹고 한 소대원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경기 연천군 최전방 경계초소에서 참극을 당한 ‘비운의 소대원들’이 23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열린 수사결과 발표장에 나와 범인 김아무개(22) 일병의 부대 생활을 증언했다. 소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 일병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일병의 바로 윗기수라는 지아무개 일병은 “김 일병은 전입 후 부대생활에 적응을 못했고, 많이 소심했다”며 “고참에게 다가가기보다는 다가와 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독여주기도 하고 질책도 했다고 하며, 빨리 적응하기를 바랐다고 했다.

지 일병은 “저희 소대는 정말 분위기가 좋았고, 이렇게 하면 군대 생활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김 일병만을 위해 분위기를 맞춰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일병은 최근 부대 생활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지 일병은 “김 일병이 일병이 되고 나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뿌듯했는데, 이런 사고를 일으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소대 분위기가 아니라 김 일병 자신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일병의 초·중학교 동창이자 군대 동기인 천아무개 일병은 김 일병에 대해 반항적인 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천 일병은 “언어폭력이 있어서 사고를 저질렀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듣고 먼저 간 사람들한테 죄스러웠다”며 “오히려 김 일병은 선임한테 혼날 때 욕하면서 반항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런 모습 때문에 더 혼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초소 근무가 끝나면 내려오면서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는데, 말 그대로 전부 하나였다”며 “그러나 제가 본 김 일병은 선임을 무시하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군대이기 때문에 혼나야 하는 건 당연하고, 군대 생활이 힘든 건 당연하다”며 “선임이 질책할 때는 실수한 자리에서 몇 마디 했고, 그 뒤에 후임을 싫어하거나 다른 눈으로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소대원들은 대체로 부대 생활이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들의 말 속에는 김 일병이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부대 안에서 산발적으로 언어폭력이 있었음을 내비치는 대목도 묻어나왔다.

천 일병은 또 김 일병이 고참들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했을 때 웃으면서 장난으로 얘기해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사고 전날까지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줘 분대장이나 간부들에게 의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적응 잘하는 친구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아무개 상병도 김 일병이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상병은 “군 생활이 힘들었지만, 소대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며 “그런데 김 일병은 왜 참지 못하고 우리를 죽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일병의 부대 생활 부적응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한 소대원은 김 일병이 ‘문제없다’고 말을 해 위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아무개 상병은 “단둘이서 근무할 때 김 일병에게 ‘나한테 할 말 없냐’고 자주 물어봐도 어느 때 한 번 시원하게 얘기한 적이 없고 ‘무조건 없습니다’, ‘아닙니다’라고 했다”며 “그래서 간부들이나 선임 분대장에게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떠난 동료의 영정 앞에 선 이들은 유족들을 부여잡고 굵은 눈물 줄기를 흘렸다. 숨진 조정웅 상병의 어머니는 이들이 분향소에 도착하자 “우리 정웅이는 없구나, 너희들은 다 왔는데…”라며 통곡했다. 전영철 상병 어머니는 병사들을 하나씩 붙잡고 “우리 영철이 어떻게 죽었는지 얘기 좀 해 달라”고 울부짖었다. 박의원 상병 어머니한테서 영정을 건네받은 유아무개 병장은 “의원아, 나야! 나!”라며 통곡했다. 성남/이본영 이호을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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