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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바람에 감 떨어질까 철끈 매달아

등록 2010-11-10 19:50수정 2010-11-11 11:18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감나무.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감나무.
보안 강화가 부른 ‘촌극’
분료·정화조 처리시설까지 중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회의 장소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재무차관 회의 등이 진행되면서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지나친 긴장감 탓인지, 회의 준비와 경호를 맡은 이들의 과잉 의욕이 곳곳에서 씁쓸한 냉소를 낳기도 했다.

각국 정상들이 이용하게 될 코엑스 3층 입구에는 탐스러운 감이 가득 열린 나무가 등장했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칼바람에도 감은 절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비결은 철사였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바람에 감이 떨어질까봐 (철사로) 나무에 전부 매달아 놨다”고 말했다.

감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회의장에 설치된 일부 장비들은 문제를 일으켰다. 9일 저녁 7시에는 지하 코엑스몰에서 회의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 검색대 2대 가운데 1대가 고장났다. 퇴근시간에 인파가 몰리면서 검색대 앞에선 수십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10일 오후 2시에는 미디어센터의 50여개 좌석에 인터넷 장애가 발생해 내외신 기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까다로운 검색에 대한 불만도 계속됐다. 9일 저녁엔 회의장 안 은행의 보안요원이 갖고 있던 가스총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해당 보안요원은 “검색 때마다 가스총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니 너무 힘들다”며 “누가 몸 수색의 원칙을 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10일 오후 1시께에는 코엑스 동문 앞에서 “○○님 결혼해 주십시오”라는 구애 문구를 적은 종이를 들고 있던 진아무개(30)씨가 “1인 시위도 금지”라며 제지하는 경찰과 말싸움을 벌이다 연행됐다. 한 누리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코엑스에 책을 사러 갔는데 검문을 당했다. 이유를 물으니 경찰이 ‘G20 관련 불법집회 예방을 하는데, 단체 이름 등이 적힌 옷을 입은 사람은 검문 대상’이라고 했다. 내 옷엔 unicef(국제구호단체인 유니세프)라고 써 있었다”며 황당해했다.

‘긴급 성형’에 나선 곳도 있다. 남산 주변의 호텔을 이용하는 귀빈들이 코엑스로 이동하는 길에 위치한 장충파출소는 이날 급히 건물 외벽을 세웠다. 낡은 건물은 그대로 두고, 보기 좋고 얇은 외벽을 만들어 임시로 둘러싼 것이다.

[관련영상] 한밤중 ‘G20 경호벽’ 설치


강화된 보안 때문에 코엑스 주변 술집들도 아우성이다. 코엑스 인근의 한 단란주점은 며칠 전 단골들에게 “11일부터 4일간 휴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코엑스 인근 유흥주점의 한 직원은 “경찰이 회의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말라는 눈치를 줘 알아서들 문을 닫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0일부터 정상회의가 끝나는 12일까지 사흘간 분뇨 및 정화조 처리시설 가동도 중단됐다. 서울시는 인천공항 연결도로와 가까운 서남물재생시설과 난지물재생센터 등에 분뇨·정화조 운반차량 반입을 전면 중지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악취 저감 차원에서 정상회의 기간 중 반입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임지선 이승준 기자 sun21@hani.co.kr

■ 설치류에 설친 경찰, 어패류에 어폐 있는 국방부
■ “G20 덕분에 나 무지 심한 일 당했다”
■ 염치, 촌스러움, 그리고 착각
■ 공익광고에는 나오지 않는 G20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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