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열린 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장에서 공개된 경기도 연천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 사진. 성남/사진공동취재단
김일병, 동창에 5차례나 “죽이겠다”말해
‘총기난사’군 수사결과 발표… 국회진상조사 착수
비무장지대 경계초소(GP) 총기사고를 수사 중인 육군은 23일 “김아무개 일병은 5월11일 경계초소에 투입된 뒤 초·중학교 동창인 천아무개 일병에게 ‘수류탄을 까고 총을 쏘아 죽이고 싶다’는 말을 5차례에 걸쳐 반복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장인 홍종설 육군 헌병감(준장)은 이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번 사건은 선임병에게서 잦은 질책을 받은 김아무개(22) 일병의 사전 계획된 범행’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육군은 또 김 일병이 그동안 선임병 10여명에게서 “미쳤냐, 돌았냐, 미친 ○이” 등 욕설과 함께 질책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일병도 자신의 수양록에 “괜히 은근슬쩍 신임(병)한테 욕도 하고 못한다고 지랄했다”고 써 부대 안에 ‘언어폭력’이 자주 발생했음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육군은 이어 사고 당일인 19일 새벽 김 일병이 내무반으로 이동하면서 “지금 시간에 모두 자고 있으니 좋은 기회다. 내무실에 취침 중인 병력을 먼저 죽이고 상황보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황근무자를 죽이겠다고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은 소대장을 포함해 모든 소대원을 살해한 뒤 수류탄과 유류를 이용해 경계초소 시설물을 폭파하고 민간인통제선 이남으로 도망해 숨어 지낼 생각이었다고 육군은 전했다. 육군은 김 일병이 자신에게 잘 대해준 선임병까지 살해하려 한 것은 ‘증거 인멸 및 도주’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육군은 그동안 나왔던 음주 회식 의혹에 대해 “(사고 4일 전인) 15일 저녁 이달 말 전역할 예정이던 소대장 김종명 중위의 송별 회식이 있었다”며 “그러나 삼겹살, 과자류, 콜라, 사이다가 나왔고, 소주 등 주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신병교육대에서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에서 “입대 전 온라인게임을 즐겨 했고, 고참이 괴롭히면 자살할 것 같다”고 기록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그는 또 인근 경계초소에서 고참병에게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멱살을 잡히고 질책과 욕설을 듣고서 사건이 난 경계초소로 근무지를 옮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수사본부를 보강한 지 사흘 만에 “기존 발표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이번 사건이) 군을 흔들어 놓았다”며 전격적으로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윤광웅 국방장관의 사의 표명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국방위는 ‘지피 총기사고 진상조사 소위원회’(위원장 안영근)를 구성해 24일 사건 현장을 방문하고 김 일병을 면담하는 등 본격적인 진상조사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윤 장관 해임건의안을 다음주 초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다. 김성걸 이본영 기자 s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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