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미디어센터에서 캐나다 토론토 대학 ‘G20 리서치 그룹’ 매들린 코치 총재(윗줄 가운데)와 연구진 10명이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G20 리서치그룹’의 평가
“정상회의, 기후변화·건강권 등 이슈 소홀”
“정상회의, 기후변화·건강권 등 이슈 소홀”
오일쇼크로 전세계가 휘청거리던 1974년,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6개국 정상이 프랑스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1976년엔 캐나다가 가입해 G7이 됐고, 1997년에 러시아가 가입해 G8이 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맞서 G20 재무장관회의 참가국 정상들이 워싱턴에 모이면서 ‘G20 정상회의’의 틀이 잡혔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생이던 매들린 코치(52)는 1989년 연구자 자격으로 G7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지켜봤다. 코치는 학자로 성장했고, 그와 뜻이 맞는 학자들이 토론토 대학에 모여 1999년 처음으로 ‘G8 리서치 그룹’을 만들었다. 2008년엔 정상회의의 확대에 맞춰 ‘G20 리서치 그룹’이 됐다. 이들은 ‘특정 국가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은 독립적인 자료 제공’을 목표로 매번 정상회담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으며, 회담에 앞서 이란 잡지도 펴내고 있다.
미국 워싱턴과 피츠버그, 영국 런던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지난 G20 정상회의를 지켜봤던 이들은 소속 연구자 11명이 팀을 꾸려 서울에 왔다. 이들이 이번에 펴낸 의 표지는 회의 장소인 코엑스의 야경이다. 표지 위로 이번 서울 회의의 주제인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shared growth beyond crisis)’이란 문구가 선명했다. 코치 총재는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 한 약속들이 진전된 결과로 나타나길 기대하며 서울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G20 서울회의’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의장국으로서 회의 준비를 잘했다”며 “특히 우리가 머물렀던 미디어센터는 규모와 장비, 직원들의 숙련도에서 최고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두고는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회의에서 환율 문제 등에 집중한 탓인지, 기후변화나 무역, 건강권 등 주요 이슈에서 진전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났다. 다만, 한국이 발표한 ‘서울 액션 플랜’을 두고는 “한국은 한 세대 안에 구호국에서 기부국으로 전환한 특별한 국가”라며 “서울 액션 플랜은 ‘경제 성장을 통한 발전’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 있어서 개발도상국들의 유용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코치 총재는 “G20은 아직까지 고유의 전통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라며 “G7이나 G8과 달리 경제 주체들이 포함된 G20은 비정부기구와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할을 두고는 “의장국은 비정부기구과 미디어, 각국 정상의 소통을 촉진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빈곤 문제 해결, 삶의 질 향상, 건강권 등 현실적인 이슈에 있어 비정부기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임지선 기자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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