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 금융사·기업체의 대표 등 유력 인사들한테서 성 상납과 술시중 등을 강요받았다는 문건을 남기고 지난해 3월7일 자살한 여성 탤런트 장자연(당시 29살)씨 사건의 핵심 인물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3단독 고승일 판사는 12일 장씨 소속사 전 대표 김아무개(41)씨와 장씨의 전 매니저 유아무개(31)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씩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장씨의 전속계약 해지와 관련해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고 연예활동 비용을 장씨에게 내게 하는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으며, 수차례 술자리와 해외골프에 참석하게 한 점은 물론 자신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장씨를 페트병으로 때린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전 매니저 유씨는 김 전 대표를 ‘공공의 적’ 등이라는 표현으로 모욕하고 장씨의 죽음을 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언론에 문건을 흘리면서도 수사 과정에서는 문건 내용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은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유씨가 장씨 자살 다음날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페이지에 장씨 자살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올리고, 장씨가 소속사 전 대표 김씨로부터 유력 인사들한테 술 접대와 성 상납을 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경기 분당경찰서는 4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장자연 문건’에 거론됐거나 유족에 의해 고소당한 언론사와 금융사 대표 등 20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해 8월19일 김씨와 유씨 등 2명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유력인사들은 모두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한편, 이들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9월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첫 공판이 시작됐으나, 증인 출석과 증거자료 제출 등의 절차가 길어져 13개월 만에 1심 선고가 이뤄졌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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