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험생의 학부모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나온 딸의 등을 다독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동아고·동아공고 등 비슷한 이름 혼선…
“재수 없어요” 후배들 전날부터 응원 열기
“재수 없어요” 후배들 전날부터 응원 열기
18일 아침 8시30분께, 경찰 순찰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 일방통행길을 역주행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교시를 치르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던 시각이었다. 경찰은 교복을 입은 채 인근 <문화방송>(MBC) 앞에서 당혹스런 표정으로 길을 묻는 학생을 발견했고, 재빨리 이 학생을 태워 내달린 것이다. 이 학생은 시험 시작 5분 전인 8시35분에 가까스로 도착해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수능이 치러진 이날 아침, 전국에선 매년 그랬던 것처럼 수험생 수송을 둘러싼 좌충우돌이 잇따랐다. 대구에선 임아무개(18)군이 긴장 탓에 턱이 빠져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시험을 치르는가 하면,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서울 중구 고사장까지 시험을 치르러 오던 수험생이 시간을 못 맞춰 중간에 다른 학교에 들어가 신분을 확인하고 시험을 보기도 했다.
경남 통영과 전북 완주에서는 수험생 40여명을 태운 고속버스가 경찰차의 안내를 받고 가까스로 ‘대규모 지각 사태’를 면했다. ‘동아고·동아공고’ ‘대덕여고·대명여고’ ‘구리여중·구리중’ 등 이름이 비슷한 학교를 잘못 찾아갔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시험을 치른 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서울 강동구에서는 인접한 한영외고와 강동고에서 모두 시험이 치러지면서 인근에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이 차에서 내려 도로를 질주하는가 하면 일부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이날 하루만 1만5000여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일반 수험생 1059명, 고사장 착오자 87명, 환자 13명 등 모두 1742명을 고사장까지 수송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상당수 회사들이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는 등 협조한 덕분에 수험생들이 아침 7~8시 사이에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해에도 수능 고사장 인근에서는 수험생의 가족과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벌어졌다. 서울 강남구 휘문고 앞 등에서는 고1~2 학생들이 손을 녹일 수 있는 핫팩과 간식 등을 준비해 선배들의 응원에 나섰다. 정지원(현대고2)양은 “‘명당 응원자리’를 놓칠까 싶어 전날 저녁 8시부터 와서 밤을 샜다”고 말했다. 장선경(서초고1)양도 “선배님들, 올해 꼭 합격해 재수(는) 없어요!”라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학부모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자녀들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기원했다. 최정숙(52)씨는 “고사장 앞에 있어도 달라지는 게 없는데 발이 안 떨어진다”고 말했고, 재수생 아들을 둔 정광옥(46)씨는 “지난 1년 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아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까치발을 하고 고사장 안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압구정고 교직원 서석종씨는 “최근 꽹가리, 북 등을 사용한 응원전을 자제해달라고 한 뒤엔 부쩍 조용해졌다”며 “지난 5년 사이 가장 정돈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수험장에서는 시험 진행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석관고에서는 1교시 언어 영역 듣기평가에서 문제 순서가 뒤바뀌는 ‘방송 사고’가 일어나 ‘재방송’을 통해 시험을 다시 봤다. 임지선 송채경화 이승준 기자 대구/박주희 기자 sun21@hani.co.kr
수험생 수송용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한 수험생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 시험장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부 수험장에서는 시험 진행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석관고에서는 1교시 언어 영역 듣기평가에서 문제 순서가 뒤바뀌는 ‘방송 사고’가 일어나 ‘재방송’을 통해 시험을 다시 봤다. 임지선 송채경화 이승준 기자 대구/박주희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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