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완전 개통한 경부고속철도 부산역 3층 맞이방(대합실)과 그 위층(4층)에 편의시설 설치공사에 사용될 쇠파이프와 석고보드 등 건축자재들이 널려 있다.
편의시설 태반 이용불가
‘졸속 개통’에 승객 불만
‘졸속 개통’에 승객 불만
18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3층 맞이방(대합실)에 들어서니 시멘트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잠시 뒤 돌을 자를 때 들리는 굉음이 귓전을 때렸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승객들은 놀라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승객들은 지난 1일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이 완전 개통된 뒤에도 공사가 진행중인 것에 의아해했다.
실제로 부산역 3층 맞이방은 열차 출발·도착시각을 알리는 전광판만 정상이고 나머지 시설은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동쪽에서는 커피숍 등 각종 편의시설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나무로 사방을 막아놓고 공사를 하고 있지만 소음과 먼지는 완전히 차단되지 않고 있다. 때때로 인부들이 석고보드 등 건축자재들을 승객들이 앉아 있는 의자 옆에 둬 승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맞이방에서 부산항 부두 방향으로 오가는 출입구도 에어컨 설치공사 등이 끝나지 않아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또 1층에서 3층 맞이방으로 오가는 승강기 3대가 작동되지 않아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3층 수유실에는 공사 자재들만 있을 뿐 엄마들이 아기들에게 모유를 주기 위해 앉을 의자조차 없었고, 시멘트 바닥이 훤히 보였다. 또 직원들이 이용할 예정인 3층 역무실과 여행안내센터에는 시멘트와 석고보드 등 공사 자재들로 가득했다.
3층 맞이방 위층(4층)은 마치 건설현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서쪽에는 각종 건축자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부 공사현장은 천막으로 사방을 둘렀지만 천장까지 완전히 두르지 않아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아래층 맞이방으로 그대로 흘러들었다. 각종 인체 유해물질이 승객들의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중공사를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산역 증축공사 관계자는 “개통식에 맞춰 건물을 완공하고서는 편의시설을 짓기 위해 멀쩡한 바닥과 천장을 다시 뜯고 있다”며 “관련 기관들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했으면 세금도 아끼고 승객들에게 불편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는 “시설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소관이어서 자세히 모르지만 편의시설 입주업체 선정이 되지 않아 공사가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천장과 바닥을 다시 뜯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홍보팀은 “승강장의 일부 전기공사와 역무시설은 애초부터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었으며, 3층 맞이방 편의시설 공사는 한국철도공사 소관이다”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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