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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법사찰-증거인멸 수사 ‘닮은꼴’

등록 2010-11-23 09:01

여러 단서 잡고도 윗선 미확인
상급자 혐의 극구 부인도 닮아
민간인 사찰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사 의지가 박약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수사 의지가 없었다면 수사의뢰되지도 않았던 ‘증거인멸’까지 찾아냈겠느냐”고 항변한다. 어려운 수사였는데, 나름의 의지를 갖고 밝혀냈다는 게 수사팀의 기본적 인식이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인멸 과정에서 ‘대포폰’ 사용 사실까지 확인하고도 청와대와의 연관성을 더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수사 결과는 최초 착수 배경을 밝혀내지 못한 불법사찰 수사 결과와 닮은 데가 많다. 검찰이 성과라고 자평하는 증거인멸 사건이 되레 부실수사 논란을 증폭시킨 이유는, 증거인멸 과정에서 ‘청와대 대포폰’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정치권의 폭로로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최아무개 행정관은 증거인멸이 이뤄진 7월7일 당일 오전에 대포폰을 개설해 장진수 주무관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장 주무관은 이 대포폰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삭제하는 수원의 한 업체에 전화를 걸고 찾아갔다. 검찰은 최 행정관의 개입 단서를 잡고도 그를 ‘서울 시내 모처’로 불러 조사하는 ‘특혜’를 베풀었으며, 왜 증거인멸 당일에 대포폰을 개설했는지 기본적인 경위조차 듣지 못한 채 조사를 끝냈다.

민간인 사찰의 ‘윗선’으로 지목됐던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은 그나마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검찰은 아무런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한 채 돌려보냈다. 불법사찰이 불거졌을 때부터 이 전 비서관은 일찌감치 청와대와 지원관실의 ‘연결고리’로 지목됐고, 그의 부하가 대포폰까지 만들어 증거인멸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까지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형식적인 조사만으로 면죄부를 줘버린 것이다. 청와대와의 연관성이 드러날수록 검찰은 머뭇거리거나 애써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실무자들은 “직속상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는데 상급자들은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점도 비슷하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인규 전 지원관은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을 공모하지 않았다”고,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은 “증거인멸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각각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도적인 역할을 인정했다. 이 전 지원관은 지원관실의 수장이었고, 진 전 과장은 민간인 사찰 사건이 불거진 뒤 대기발령을 받은 이 전 지원관을 대신해 지원관실을 이끌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할수록 지원관실을 실제로 움직였던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의혹은 더 커졌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더 이상의 ‘윗선’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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