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국적은 남도 북도 아닌 한반도”
“일본에서 제 외국인등록증의 국적은 ‘조선’으로 돼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 국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반도 출신자라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도 남한도 아닌 한반도인 이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인이기를 바랍니다.”
24일 열린 〈오마이뉴스〉의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가한 재일동포 3세 김향청(28)씨는 자신의 국적 정체성을 남한도 북한 사람도 아닌 ‘한반도인’,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동아시아인’으로 규정했다. 또 그는 이렇게 중립적인 위치에 선 재일동포들이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발전의 매개 노릇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외국인등록증에 ‘조선’이라고 쓰인 재일동포는 7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자주 ‘북한’ 국적자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 국적을 취득한 것이 아니며, 남북한 어느 쪽의 국적도 취득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수교가 안 된 ‘북한’의 국적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등록증에 쓴 ‘조선’도 북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남한 국적이나 북한 국적도 없이 한반도인으로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까? “별로 불편한 점이 없어요. 다만 외국에 나가거나 일본으로 돌아올 때 좀 복잡하죠.” 김씨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여행증명서’를, 북한에 들어갈 때는 여권과 사증을 받아야 한다. 또 일본으로 돌아갈 때는 ‘재입국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김씨가 생각할 때 합법적인 ‘한반도’ 국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북 정부가 재일동포들을 하나의 ‘한반도’ 국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북이 통일이 돼 하나의 국가가 되는 일이다. 두 방법 모두 쉬워보이지는 않지만, 김씨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제가 98년 평양에 갔을 때는 남한 사람이라곤 불법으로 넘어 온 한총련 학생 2명뿐이었습니다. 그러나 2002년 말 남북 경제회담 때 다시 평양에 가보니 남한의 기업인, 기자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만큼 남북 관계가 좋아진 것이죠. 저는 크게 보면 이런 진전이 통일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197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민족학교’를 나왔다. 99년에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며, 2002년 진보성향의 주간지인 <주간 금요일>에 들어가 현재는 경찰·한반도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주간 금요일〉은 1997년 〈아사히〉 신문기자 혼다 가쓰이치가 창간한 잡지로 인권·환경·평화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