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엽(75) 전 경기도 성남시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이 전 시장의 집에서 시가 1천만원이 넘는 위스키 ‘로열살루트’ 50년산 술병을 압수한 것으로 확인돼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술은 200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255병만 생산됐는데, 이 가운데 20병이 국내에 수입돼 1200만원에 출시됐다. 용량은 720㎖로, 30㎖ 크기 위스키잔으로 환산하면 1잔에 50만원꼴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2일 성남시 분당구 이 전 시장 아파트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술병을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이 위스키가 부동산개발업체 ㄷ사 대표 배아무개(42)씨가 뇌물로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배씨는 2008년 9월과 지난해 1월 당시 성남시축구연합회장 이아무개(64)씨에게 ‘판교 택지개발지구 업무시설용지를 특별분양받을 수 있도록 이 시장에게 건네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4억원과 로열살루트 50년산을 건넨 혐의(제3자 뇌물교부)로 수원지검 특수부에 구속기소돼 지난 6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성남시축구연합회장 이씨는 돈과 위스키를 이 전 시장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해, 이 전 시장으로 수사가 확대되지는 않았다.
배씨는 최근 성남지청 조사에서 ‘술을 다 마신 뒤 가짜 양주를 넣고 밀봉해 이 전 시장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한 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류 전문가의 감정을 받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이 전 시장을 상대로 뇌물수수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0일 출국금지한 이 전 시장의 체포영장을 최근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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