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증인·친족 보복 우려…최소한의 비공개 필요”
경기도 평택 지역의 조직폭력집단인 청하위생파의 두목 김아무개씨와 행동대장 심아무개씨는 2008년 공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은 ‘김두한·이정재’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보복을 우려해 증인들의 신원을 피고인들이 알지 못하도록 ‘전설적인 주먹’의 이름을 빌려 쓰게 한 것이다.
김두한·이정재씨의 법정 증언 때에는 피고인들은 아예 법정에서 나가 있어야 했다. ‘증인 또는 그 친족이 보복당할 우려’가 있을 때는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 비공개 증언이 가능하다는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조처였다.
김씨와 심씨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각각 징역 7년과 4년을 선고받자 “가명 증인들의 증언이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며 발끈했다. 이어 이들은 “증인의 인적사항을 피고인이 알 수 없게 함으로써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며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증인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처는 필요하다’며 이 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가명 증인들의 진술이 끝난 뒤에는 피고인을 입정시켜 진술의 요지를 고지하고 변호인이 증인을 대면하여 반대신문을 할 수 있다”며 반대신문이 불가능하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헌재는 이어 “피해자의 진술을 제약하는 요소를 제거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되는 정도가, 범죄신고자 등 증인을 보호하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이바지하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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