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서 피난을 나온 주민들이 28일 오전 임시숙소인 인천 신흥동의 한 찜질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며 쉬고 있다. 인천/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불안·공포로 불면증·소화불량·두통 증세
10명중 1명꼴 “포성 들리고 부상자 보여”
임시숙소 환경개선·전문의 상담치료 시급
10명중 1명꼴 “포성 들리고 부상자 보여”
임시숙소 환경개선·전문의 상담치료 시급
28일 의료진의 말을 종합하면, 대부분의 주민들은 포격 당시의 충격으로 인해 불면증, 소화불량, 두통, 손발저림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찰을 받은 100명 가운데 10여명은 “계속해서 포격 소리가 들리거나, 무너진 건물에서 부상자를 꺼내는 장면이 나타난다”며 환청·환시 증상을 호소하는 등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가 시급한 상태다. 한 의사는 “환시·환청 증상까지 호소하는 주민들은 한시라도 빨리 전문의가 상담을 한 뒤 전문 의약품을 처방해야 하는데 찜질방에서는 매우 기초적인 진료와 항우울제 처방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의료진은 불안에 떠는 주민들을 모아놓은 임시숙소 환경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사는 “충격에 빠진 주민들을 찜질방에 집단 수용한 채 폭격 당시 화면이 반복 재생되는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놓고 고성이 오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의료진의 1차 진료를 받은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안정을 취하지 못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거나 잠을 자지 못하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이 찜질방에선 300여명의 연평도 주민이 머물고 있다.
주민 한복녀(64)씨는 “폭격에 너무 놀라 혈압이 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려 진료를 받았다”며 “밤에도 잠을 못 자고 계속 무슨 소리만 나면 가슴이 벌렁벌렁대서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복순 연평도 부녀회장은 “주민들이 다들 폭격의 충격과 앞으로의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자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찜질방에서 진료중인 의사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후에는 최대한 빨리 전문의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이라는 극단적 상황 맞고도 최악의 조건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