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검사’ 수사 결과 비교
15개월 끌고도 무혐의 처분
특임팀 3주만에 ‘뇌물’ 밝혀
1차수사팀 문책 불가피할듯
특임팀 3주만에 ‘뇌물’ 밝혀
1차수사팀 문책 불가피할듯
사건 당사자한테서 그랜저 차량을 받았다는 의혹을 산 정아무개 부장검사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1년3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강찬우 특임검사팀이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데는 채 3주가 걸리지 않았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이 내세웠던 무혐의 처분의 근거는 특임검사팀의 ‘상식적인’ 결론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정 전 부장검사가 2009년 1월에 구입한 그랜저는, 김아무개 ㅅ건설 사장한테서 돈을 빌려 산 것이라고 결론 냈다. 차용증을 쓰거나 이자가 지급되지 않았고, 정 전 부장검사 부인의 명의로 차를 사면서 김 사장이 직접 송금을 하는 석연찮은 거래 관계가 드러났음에도 수사팀은 “돈을 빌려주고 빌린 관계가 맞다”는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수사팀은 차량 구입 4개월 만인 5월에 정 전 부장검사가 김 사장에게 3000만원을 돌려준 사실을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댔다. 정 전 부장검사가 이보다 앞선 4월에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당하자 자신의 범행을 숨기려고 차량대금을 돌려줬다는 의심을 품을 만했지만, 수사팀은 “김 사장의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빨리 변제했다”는 정 전 부장검사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줬다.
그러나 강찬우 특임검사팀은 ‘차량대금 변제’가 이뤄질 무렵 정 전 부장검사가 김 사장한테서 현금과 수표로 16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강 특임검사는 “차용금이라고 주장을 하는데 그밖에 주고받은 게 있다면 그 주장을 깰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 수사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특임검사 수사 결과, 정 전 부장검사는 자신이 고발됐다는 사실을 김 사장한테서 전해 듣고 부랴부랴 대출을 받아 차량대금을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부장검사는 차량대금을 돌려주기 전에 고발당한 사실을 몰랐다”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결론은 순진한 판단이었던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정 전 부장검사의 뇌물 사건 고발장을 받고 2010년 7월 무혐의 처분하기까지 검찰로서는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사건이 매우 많았다.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검사’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고, 2010년 4월 <문화방송>(MBC) ‘피디(PD) 수첩’의 ‘스폰서 검사’ 보도가 나와 원색적인 비판에 시달릴 때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기초적인 수사도 충실히 하지 않은 채 정 전 부장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이런 논란이 증폭될 것을 우려한 ‘예방적 판단’이 아니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부실 수사를 이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0월17일 국정감사 때 “기소해서 유죄를 인정받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무죄라고 판단돼 기소할 수 없었다. 그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수사는 노 지검장-신경식 1차장 검사-오정돈 형사1부장(현재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이끌었는데, 이들은 공교롭게도 부실 수사 논란을 빚은 민간인 사찰 수사 라인이기도 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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