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경찰대 내무반에서 선임 전경들이 후배 전경들의 옷을 벗겨 줄지어 세운 뒤 알몸으로 사진을 찍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부대는 진급할 때 관례적으로 이런 ‘의식’을 치렀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문제의 사진 4장은 강원경찰청 소속 제307 전투경찰대에서 지난해 9월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에는 전경 6명이 창피한 표정으로 내무반 통로에 알몸으로 ‘차려’ 자세를 취하고 있고, 선임 전경들은 웃거나 손으로 벗은 몸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에 찍힌 전경들은 지난해 9월2일 강릉경찰서 307전경대에서 이경에서 일경으로 진급한 김아무개 일경 등 6명이다.
강원경찰청은 이날 “강릉서 배속 당시 진급식을 마친 전경들이 소대별로 고참에게 진급신고를 하는데 말을 잘못하거나 웃으면 벌칙으로 옷을 하나씩 벗게 한 뒤 알몸으로 진급식을 하는 의식에 따라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경찰청은 또 “307전경대가 강릉에서 원주로 주둔 지역을 옮긴 뒤 지난해 10월 중대장과 대원들이 악습을 없애자고 합의해 지금은 (이런 관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당시 내무반장으로 있던 조아무개(23·인천시 서구 석남3동)씨가 찍어 지난해 9월 전역한 뒤 인터넷 개인 미니홈페이지에 군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올렸다가 유출됐다. 조씨의 홈페이지는 24일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면서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가 계속되자 폐쇄됐다.
알몸 사진의 주인공 6명은 이날 강원경찰청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알몸사진은 게임을 하듯이 벌칙으로 옷을 벗은 것을 찍은 것이고, 거의 1년 만에 후임자를 받아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진급식을 하면서 과거의 관례에 따라 게임을 한 것”이라며 강요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원주경찰서에 배속돼 있는 사진의 주인공 6명을 강원경찰청으로 불러 사진촬영과 관련해 강압 등 인권유린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춘천/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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