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간] “주검으로 추방해야 했나요?”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숨진 29명의 영정
미셸 카투이라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충정로 민주노총 서울·경기·인천지부 강당에서 이주노동자 29명의 영정을 한자리에 펼쳐놓은 채 앉아 있다.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추방 과정에서 숨진 사람들이다. 그가 안고 있는 영정 속의 인물은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꾸안(35)이다. 꾸안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10월29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의류제조업체에 들이닥친 출입국사무소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다 2층에서 떨어졌다. 머리를 크게 다친 꾸안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그의 아내는 지난달 8일 넉달 된 아이와 남편의 유골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2003년 이후 부쩍 심해진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과정에서 숨진 이들의 영정에는 사망 원인과 과정이 적혀 있다. 미셸 카투이라 위원장은 “새해에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자비한 단속이 멈춰 꾸안이 마지막 희생자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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