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관 한나라당 의원.
지역시민단체 등 비난 봇물
경기 이천·여주가 지역구인 이범관(사진) 한나라당 의원이 일본에 약탈당한 ‘이천 5층석탑’과 관련해 ‘일본이 잘 보관해줘 고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천·여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7개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이천지역위원회는 13일 성명을 내어 “이 의원은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천 5층석탑 환수를 위한 제2차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만약 5층석탑이 이천에 있었더라면 한국전쟁 때 유실될 수도 있었다. 일본이 이를 잘 보관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약탈문화재 환수 운동은 ‘일본이 합법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대한민국에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불법적으로 약탈해갔던 것을 본래의 주인인 한국에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라며 “일본 국회의원이 해야 할 말을 한국 국회의원이 대신 말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 쪽은 이에 대해 “발언 당시 일본의 문화재 약탈을 강하게 비판을 한 뒤 이천 5층석탑 환수 분위기가 무르익어 ‘립서비스’(말을 그럴 듯하게 해서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 5층석탑은 고려 초기 이천시 관고동에 세워졌으나 조선총독부가 1914~1915년께 석탑을 경복궁으로 옮겼다가 1918년 오쿠라재단과 관련된 오쿠라토목조(현 다이세이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본으로 빼돌렸으며, 현재 도쿄 오쿠라 호텔 뒤뜰에 세워져 있다.
이천/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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