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원양어선 침몰상황
SOS 받은 선박 40분뒤 도착
구명뗏목위 선원 차례로 구해
SOS 받은 선박 40분뒤 도착
구명뗏목위 선원 차례로 구해
13일 새벽 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에서 조업하다 침몰해 한국인 선원 7명 등 22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부산선적 원양어선 제1인성호(614t)는 구조요청을 한 뒤 25~40분 만에 완전히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제1인성호의 구조요청을 받고 맨 처음 현장에 도착했던 홍진호와 현장에서 구조된 제1인성호 선원 김석기(46·항해사)씨 등이 제1인성호 선박회사인 인성실업㈜에 13~14일 보내온 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보고서를 보면, 제1인성호는 현지시각 새벽 5시50분께 갑자기 기울기 시작했다. 아침 6시께 배는 오른쪽 60도 방향으로 더 기울어져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선장 유영섭(45)씨는 조타키를 김씨한테 맡기고 약 5㎞ 거리에 있던 홍진호에 구조요청을 했다. 배는 오른쪽으로 더 기울었고 기관실의 주 엔진마저 꺼졌다.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뗏목 2개를 바다에 던졌다. 6시25분께 선미(배꼬리)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자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내렸다.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50m쯤 떨어진 구명뗏목에 오르려고 했으나 11명만 올랐다.
홍진호는 6시40분께 사고 지점에 도착했다. 제1인성호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뒤 40분 만이었다. 이때 제1인성호는 완전 침몰한 상태였다. 홍진호는 먼저 밧줄에 갇혀 있던 8명을 구조했다. 이어 본선 ‘스피드 보트’로 2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물에 빠진 선원들을 더 구조하려고 했으나 파도가 높은데다 스피드 보트가 밧줄에 갇혀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스피드 보트는 구조를 중단했다. 바닷물에서 구조한 최의종(33·항해사)씨는 맥박이 가늘어지며 심장이 멈췄다.
홍진호는 7시20분께 구명뗏목에 있던 11명을 차례로 구조했다. 8시30분~오후 1시20분 4명의 주검을 인양했다. 이 무렵 한국 선박 2척과 뉴질랜드 선박 2척이 현장에 도착해 함께 수색을 벌였다. 홍진호는 홀로 밤샘 수색을 계속했으나 더는 생존자와 주검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된 선원 17명의 생존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사고 해역의 수온이 0도~영하 1도인데다 제1인성호가 침몰한 시각으로부터 24시간을 훨씬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종된 선원 가족들은 14일 이틀째 인성실업 부산지사 사무실에 모여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한 실종자 가족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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